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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30. 2022

건강을 자신했던 자의 비극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나는 타고난 피지컬이 부모님께 평생 감사하고 살아야 할 만큼 건강한 체질에 속한다. 물론 외모가 조금(?) 부족한 편이긴 하지만 그거야 인성과 지갑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다. 아무튼 남들이 어릴 적부터 병원에 들인 돈과 비교하면 거의 거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나는 병원과 거리가 먼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특히 그중에서도 남들 다 있다는 충치도 하나 없고, 단 한 번도 안경을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양쪽 모두 1.2~1.5의 시력을 자랑해 왔었다. 한 마디로 돈 굳었다는 의미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내도 충치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특별히 관리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닌데 우리 둘 다 신기할 만큼 충치가 없었다. 치과 치료는 무서운 것도 있지만 하나만 잘못돼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깨지는 무시무시한 곳인데 우리가 치과에 평생 들인 돈은 스케일링과 잇몸치료 정도로 끽해야 10~20만원이 전부였다. 우리 부부가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아들들도 마찬가지로 충치가 없다. 정말 요즘에는 먹을 것도 많고, 이가 썩을 만한 요소가 엄청 많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 중 유일하게 충치가 없는 청소년이다. 우리 부부는 맨날 부모 잘 만나 복 받은 줄 알라며 생색을 내지만 별 관심이 없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한 2년이 넘어가면서 올해 초 갑자기 하루에 30만-60만까지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주변 지인들이 많이 걸리기 시작했다. 지인 중에 코로나 걸린 사람 없으면 왕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루 60만 명이면 거의 하루에 100명당 1명이 걸리는 수준이었고, 10일이면 600만 명, 그렇게 100일이 지나면 전 국민이 다 걸린다는 뜻이 된다. 그때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들이 꼭 "그렇게 사람 만나고 다녀도 나는 코로나 안 걸렸어. 나는 슈퍼 면역자인가 봐"라고 입방정을 떨던 사람들이 말하자마자 바로 며칠 안에 코로나에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건강은 절대 자신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실천해서 보여준 셈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렇게 치아 건강, 눈 건강을 자랑해왔던 나의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 

 



사건의 발단은 10년 전쯤으로 올라간다.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앞 윗니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말도 많이 하고, 웃기도 많이 하는 나로서는 많이 불편하여 치과를 방문하여 상담 결과 레진으로 앞니 부분을 메우는 간단한 시술을 받았다. 그렇게 약 10년여의 세월이 지나도록 아무 일 없이 잘 살아오다가 얼마 전 치과를 방문하여 스케일링을 하러 갔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앞니 윗잇몸에 심각한 염증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염증 치료와 함께 전체적인 잇몸 치료를 병행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잇몸 염증의 주요 원인이 바로 레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레진으로 인해 앞니 쪽에 사각지대가 생기고 거기에 음식물이 끼며 염증을 유발한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지만 막상 보니 잇몸의 염증이 엄청나게 심한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잇몸 염증 치료와 함께 잇몸 전체적으로 치주질환 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이들은 나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지만 앞니의 염증만큼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흔들림 현상이 더 심해져 앞니로 아무것도 자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시 치과를 찾아 상담을 받은 결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잇몸 염증이 더 번져 다른 치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우선 염증이 심한 앞니 한 개를 발치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50대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 생니를 발치하게 되다니...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하는데 내 마음을 아는지 치과 의사 선생님이 치료에 앞서 "처음으로 발치를 하게 돼서 마음이 싱숭생숭하시죠? 방치하면서 더 키우는 것보다 지금 빨리 조치하시는 게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더 좋다고 생각하세요. 연예인들 중에는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일부러 생니를 뽑아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어 그는 "치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사실 아프기 전에 미리 시술을 해야 조금 건강한 상태에서 임플란트던 브릿지던 시술하는 게 수월한데 이미 잇몸이 다 주저앉고 나서 치료를 하게 되면 잇몸 뼈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오히려 더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알고 있는 것을 다 실천하면 세상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날씬하고,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건강한 상태일 때 선제적으로 관리를 하거나 치료를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살짝 벌어진 앞니를 생각 없이 레진으로 메웠다가 건강했던 잇몸을 망가트린 것은 온전히 내 무지의 소산이다. 교정이나 그 외 다른 방법이 분명 있었을 텐데 가장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고 지금부터라도 남은 치아를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제 내 곁을 떠나버린 앞니는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 맞이할 녀석에게 집중해야 할 때이다. 발치는 너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이미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었고, 잇몸의 상태도 매우 열약했기 때문에 그냥 마취를 하고 시작하자마자 단 1초 만에 쑥 빠졌다. 이렇게 쉽게 빠질 치아가 그동안 내 몸에 붙어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빠진 자리를 보니 잇몸은 이미 새까맣게 변해있어, 며칠간 소염제를 먹으며 염증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임시 치아를 사용하여 빠진 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몇 차례의 신경치료를 마친 후 양쪽 치아를 활용한 '브릿지'라는 시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니의 경우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치아이다 보니 임플란트보다는 브릿지를 주로 시술한다고 한다. 브릿지의 경우는 미관상으로나 시술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고 약 10년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10년 후에 더 좋은 기술이 생기면 그때 다시 리모델링할 생각으로 최종 브릿지로 정했다. 




현재는 임시 치아를 끼고 있는 상태이므로 양치질을 하며 거울을 볼 때마다 약간의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코미디 프로에서나 보던 앞니 빠진 사람이 바로 나라니... 최대한 거울을 보지 않고 양치를 해보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양치질이 엉망으로 될 수 있으니 더 건강해지고 더 이뻐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다. 더 이상 남은 치아마저 망가지지 않도록 하루 세 번 양치질과 치간칫솔, 워터픽까지 활용한 꼼꼼한 양치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남은 27개의 치아를 소중히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오늘의 결론 "있을 때 잘해" 

  

뜬금없지만 건치 댄스로 유명한 배우 이병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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