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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29. 2022

MBTI 보다는 혈액형이 좋아

AB형 / O형 / A형 / B형 네 식구가 사는 법 

요즘은 MBTI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대세이다. 나도 요즘 세대는 아니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MBTI를 여러 차례 시도해서 <INFP : 열정적인 중재자>라는 결과값을 받았고, 세부 설명들이 거의 비슷하게 일치해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나는 이 '열정적인 중재자'라는 타이틀이 너무 마음에 든다. 


■ 얼마 전 발행한 MBTI 관련 게시글




요즘 세대들에게 혈액형 이야기를 하면 마치 구석기시대에서 주먹도끼 찍던 사람처럼 취급을 받지만, 우리 어릴 때는 혈액형이 거의 종교에 가까울 정도로 추앙을 받았다. 물론 MBTI는 16개의 유형으로 구분을 하는데 반해 혈액형은 고작 4개의 유형으로 어찌나 사람의 성격을 그렇게 쏙쏙 뽑아내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실 정확히 알고 보면 혈액형은 4개가 아니다. A형은 AA와 AO로 나뉘고, B형은 BB와 BO형으로 나뉘므로 O형과 AB형까지 하면 총 6개가 되는 셈이다. (이밖에 희귀 혈액형은 논외)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부모의 혈액형에 따라 자녀의 혈액형이 결정되는데, 간혹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해서 부부간에 서로 오해하고 의심하다가 큰 사단이 나는 경우도 예전에는 간혹 있기도 했었다. 진짜 부정한 관계로 인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혈액형에 대해 무지하여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아래 표에 빨간색 글씨처럼 A형과 B형이 만나서 O형이 나오는 사례도 흔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물론 A형과 O형이 만나서 B형이 나온다던지 하는 경우는 99.9999% 부정의 증거이긴 하지만 간혹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다던지 하는 극단적 사례도 있으니 오해하기 전에 잘 알아보길 바란다.)




나는 혈액형에 따른 행동이나 성격의 양식을 꽤 신뢰하는 편이다. 특히 가족 내에서 혈액형에 따라 유전적 성향이 어느 정도는 결정된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우리 어머니는 A형이고, 우리 아버지는 B형이시다. (파란색 박스) 두 분의 성격은 정말 천지차이이다. 거의 극과 극의 성격으로 심지어 사주를 좀 볼 줄 안다는 한 스님께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주를 보며 불과 얼음이 만났다고 할 정도였다. 두 분 사이에서 나온 자식은 누나와 나인데 둘 다 AB형이다. 나는 누가 봐도 외모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무조건 어머니(A) 쪽이고, 누나는 반대로 아버지(B) 쪽이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같은 AB형이라도 나는 A형 성향이 강한 Ab형이고, 누나는 B형 성향이 강한 aB형이라고 부른다. 실제 성격도 나는 어머니의 활발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을 주로 보이지만 드물게 빌드업 없이 뜬금없이 불끈하는 성향이 튀어나올 때가 있는 반면, 누나는 약간 다혈질적인 성격을 베이스로 가끔 유머러스한 경향을 보인다. (부디 누나가 이 글을 평생 못 보기를...)  


혈액형의 신비는 우리 가족으로 넘어오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AB형이고 아내는 O형이다. (빨간색 박스) 이 둘이 만나서 나올 수 있는 혈액형은 딱 AO 혹은 BO 두 가지 케이스뿐이다. 그런데 우리 두 명의 아들들은 공교롭게도 A형과 B형이다. 즉 다시 말해 우리 집에는 AB형(나), O형(아내), A형(큰아들), B형(작은아들)의 4가지 혈액형이 모두 존재한다.  그리고 각각의 성격은 흔히 혈액형 성격 분석에 나오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말하자면 혈액형 성격 분석의 표본 가족인 셈이다.


AB형인 나는 아무래도 A와 B 두 개가 섞여 있다 보니 양쪽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흔히 AB형은 천재 아니면 사이코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둘 다에 해당하는 듯하다. 정말 좋은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정작 어떤 기준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손절해버린다. 디테일하게 챙기면서도 때로는 과감하게 밀어붙이기도 하고, 한없이 너그러울 것 같지만 예의 없거나 부당한 것에 대해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아내는 전형적인 O형으로 감정이나 삶의 큰 기복 없이 무던하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한다. 포용력과 이해심이 넓은 편이고, 크게 흥분하거나 분노하지도 않고, 큰 욕심을 내지 않으며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적응하는 성향이다. 심지어 좋아하는 색상도 빨강이나 파랑 같은 원색보다는 회색, 검정색을 선호한다. 큰 아들은 A형인데 낯선 사람이나 상황이 닥치면 급 소심해져서 무언가를 물어보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무언가에 대한 집착이나 집요함이 많이 없는 편이고 현재의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성향이다. 반면 둘 째는 전형적인 B형으로 매사에 집요한 편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될 때까지 계속 말을 해서 주변을 진 빠지게 만드는 성향이고, 약간 눈치코치가 부족한데 이는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 때문인 듯하다. 


지금이야 청소년기이기 때문에 많이 달라졌지만 어머니와 큰 아들(A라인), 아버지와 작은 아들(B라인)은 성향이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하다. 특히 아버지와 작은 아들 B형 커플은 성격은 물론 먹는 식성까지도 닮아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옛말에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혈액형과 유전의 법칙이 우리 가족에는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통점이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혈액형이던 MBTI이던 절대로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성향을 잘 활용하여 사회에서나 조직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건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지피(知彼)와 지기(知己)를 통해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 나아가서 좋은 시너지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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