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손석구 배우를 탐구해 본다
나는 보통 한 번에 하나의 드라마에만 몰입해서 감정을 이어가는 스타일이라 무분별한 겹치기(?) 시청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인데, 최근 두 개의 드라마가 내 관심을 끌어 부득이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말았다. 그것도 하필 토일드라로 같은 날에 방영하다 보니 주말과 월요일에는 두 드라마의 시청으로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하나는 지난 글에서 우회적으로 소개한 <우리들의 블루스>이고, 하나는 바로 오늘 소개할 손석구 배우가 출연하는 <나의 해방 일지>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탑배우들과 노희경 작가와의 만남으로, <나의 해방 일지>는 4년 전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나의 아저씨>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로 두 드라마 모두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고, 두 드라마 모두 현재 14회까지 진행된 상태라 몰아보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슬슬 시작을 해야 할 시기이다. (모두 출동하라!)
4년 전 <나의 아저씨>에 너무 푹 빠져서 봤던 기억을 가진 나는 <나의 해방일지>가 나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무조건 봐야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손석구 배우가 나오다니, 고민 따위는 1도 필요 없었다. 다른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의 해방일지>를 보는 이유는 손석구 배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내가 그를 처음으로 본 작품은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이다. 단순히 차태현에 대한 팬심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이엘과 손석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내가 예전에 모범택시 백현진 배우를 보면서 썼던 글에서 보면 백현진 배우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그의 연기가 흔히 전문 배우들에게서 볼 수 있는 상투적인 연기가 아니라, 마치 현실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생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손석구 배우도 비슷한 이유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전에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최고의 이혼>에서 처음 만난 손석구 배우를 다시 작품에서 본 건 다름 아닌 나의 최애 드라마, 시즌 2가 반드시 제작되어야 하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이다. 이 드라마를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부럽다. 긁지 않았지만 당첨이 확실한 복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니까. <멜로가 체질>에서 공동 주연인 전여빈과 환상적인 케미를 이루며 개성 강한 개싸가지 욕쟁이 PD 역할을 맡았는데, 초반엔 분명 드라마에 한 명쯤 있는 빌런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가슴 따뜻한 반전 모습을 보여주며 인생 캐릭터를 찍었다.
이후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tvn 드라마 <지리산>과 jtbc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더니 드디어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범죄도시 2>에 장첸을 대신할 새로운 빌런으로 나와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을 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물론 마동석이 가진 티켓 파워이기는 하겠지만 벌써 개봉 8일 차에 450만이 몰려 펜데믹 이후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장첸을 대신할 새로운 빌런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손석구 배우를 처음 본 사람은 그가 오랜 시간 연극판에서 내공을 쌓았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이도 어느 정도 있는 배우가 최근에서야 두각을 나타냈으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손석구 배우의 경우는 경력이 매우 특이하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시카고 예술 대학에서 미술 수업을 듣다가 적성이 맞지 않아 영화로 전향을 했다고 한다. 또 군 복무 당시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지원해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이라크에서 복무를 했는데, 나중에 연기 오디션에서도 그렇게 높은 경쟁률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인 손석구 배우의 본 직업은 대전에 있는 공작 기계 제조 업체인 '지오엠티'의 대표이사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를 물려받아서 배우 일과 겸업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배우로서의 일정이 너무 바빠서 대주주로서의 지분을 유지한 채 현재는 전문 경영인이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손석구 배우는 최근 인기가 올라가면서 몇 가지 구설수에 올랐다. '학폭 논란'과 '연극 관람 방해 논란'이다. 사실 여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고, 특히 손석구 배우의 대응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배우나 연예인들처럼 소속사에서 공식 대응을 한 것이 아니라 배우가 직접 논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의 내용을 떠나서 표현 방식이나 문장 등을 보았을 때, 굉장히 오랜 시간 글을 써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문 기사 : https://star.mt.co.kr/stview.php?no=2021090918531597523)
아무튼 다음 주에 <범죄 도시 2>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손석구 배우를 만나게 될 것이고, 또 이번 주 <나의 해방일지> 마지막 회가 방영되는 만큼 아쉽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꾸민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가 더 많은 작품에서 선보여, 앞으로도 더 승승장구하는 대체 불가 배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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