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 작가 진절 May 27. 2022

<골목식당>은 푸드 컨설팅이 아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우리의 삶에 주는 메시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자주 시청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간혹 플레이 리스트에 뜰 때마다 이상하게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최근 보았던 회차에서 1년 전 백종원 대표가 컨설팅을 해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한 서산 불고깃집에 대해 1년 만에 백대표가 긴급 점검에 들어간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 불고깃집 사장님은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맛부터 서비스, 재료까지 뭐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 식당에 대해 게시판에 꾸준히 비판의 글이 올라왔지만 사장님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백대표의 솔루션에 따라 잘 세팅된 서산 불고깃집은 1년 만에 엄청난 속도로 변해있었다. 1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단순히 레시피가 바뀌고, 재료가 바뀐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장님의 마인드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1년 전에도 분명 사장님은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으면서 친절하게 손님들을 응대했고, 음식과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솔루션 이후 바빠진 식당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몸이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일까? 다시 만난 사장님은 표정도 어두웠고,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가게를 자주 비웠다. 사장님의 빈자리를 아들이 대신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제대로 된 교육이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사장님의 정확한 속내를 우리는 꿰뚫어 볼 수는 없다. 일부러 음식을 맛없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고, 일부러 손님한테 불친절하게 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세한 변화가 엄청나게 다른 결과로 나타날 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공을 하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일보다 성공을 유지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성공의 자리에 앉게 되면 누구라도 처음의 간절함을 잊어버리기가 쉽다. 모두들 자신은 다를 것이라 자신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올라가 보면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서, 남들과는 달라서 성공했다고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초심을 잃었다'고 말한다. 


사장님은 계속해서 변명하기 바빴다. 무릎이 안 좋아서 가게를 자주 비웠다, 단 맛을 줄이기 위해 설탕을 조금 줄였다, 고기는 기존에 납품받던 것을 계속 썼다, 아들이 아직 완전히 적응되지 못해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 등등 온통 변명거리들만 가득했다. 백대표가 정작 아쉬워했던 부분은 사장님이 그 전만큼 간절하지 않았고, 전과 달라진 작은 변화를 전혀 캐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마인드의 변화가 1년 사이에 식당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주요 원인이지만 그것을 사장님이 알아 챌리 만무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안 되는 식당들의 주요 원인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사장님들이 음식 장사에 뛰어든다는 데 있다. 음식을 잘 만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음식만으로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음식 맛과 재료, 적정한 가격, 마케팅, 서비스, 청결 상태, 메뉴 구성, 식당의 입지 등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그저 음식을 잘한다는 이유로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빠르게 퇴장하는 식당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식당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사업도 전문 분야에 대한 능력과 지식만으로 성공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물론 직원 관리, 자금 관리, 영업 관리, 회사 운영 등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엄청나게 많다. 일만 잘하면 됐지,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곤 하지만 내가 백종원만큼 유명하지 않다 보니 내 말에 그렇게 귀 기울이며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운이 좋아 엄청난 기회를 얻은 행운아이고, 그것을 빌미로 자신들에게 '라떼는 말이야~'하는 꼰대로 비쳐질 수 있다. 


백종원 대표가 사장님들에게 정말 진심 어린 마음으로 쓴소리를 뱉지만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만가지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주관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반드시 성공과 실패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률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의 말, 자신보다 먼저 그 길을 밟아 본 사람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최소한 그러한 다양한 정보들을 잘 새겨듣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승화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좋은 기회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성공의 길에 들어섰을 때가 더 중요한 순간이다. 자신의 성공에 취해 사소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직원의 마음을 놓치고,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플렉스만 한다면 그 탑은 아주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통상 재기가 불가할 정도로 심하게 망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능력,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는 평정심도 반드시 경영자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이다. 


백종원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도 음식에 대한 레시피나 메뉴에 대한 솔루션이 아니라 장사를 대하는 사장님들의 마인드 솔루션이다. 말하자면 <골목식당>은 푸드 컨설팅이 아니라 마인드 컨설팅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 자세, 그리고 성공 이후에 절대로 변하지 말아야 할 마음의 자세, 그것이 백종원 대표가 사장님들에게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백종원 #골목식당 #푸드컨설팅 #컨설팅 #솔루션 #백대표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해방일지> 손석구 배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