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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n 02. 2022

[정곧삶] 부자 몸조심 - 6.1 지방 선거

정치가 곧 삶이고, 삶이 곧 정치다 04

제8회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2018년 지방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두었던 더불어 민주당은 이번에 전혀 반대의 모습으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2연패, 더 나아가 2021년 서울, 부산 시장 보궐 선거에 이어 3연패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4연승을 거두다 연속으로 3번 패하며 지리멸렬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년 뒤에 치러질 2024년 총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라는 생물은 원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린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정말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4연승, 그것도 매번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다시는 지지 않을 것 같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어찌하여 3번의 선거에 내리 지게 되었을까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치라는 것은 기세 싸움인데, 3번의 패배를 통해 완전히 기선 제압을 당했기 때문에 그 흐름을 반전시키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정치의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냥 정치에 관심 많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한 번 리뷰해보려고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두고 많은 정치학자와 평론가들은 저마다의 분석을 내놓는데, 일견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다. 하지만 진짜 국민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내가 본 더불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자 몸조심>이다. 그 많은 권력들을 가지고서도 이슈를 리드하지 못하고 항상 끌려가고 있다. 당연히 소수 정당일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지만, 이건 정도를 지나쳤다. 간절함이나 절박함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고 어떻게든 몸을 사리는 모습들이 너무 티가 났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부동산 개혁, 교육 및 사학 개혁, 국방 개혁 등 개혁의 이슈들이 산적해 있지만 뭐 하나도 제대로 해낸 게 없다.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몰아줬지만 이제 겨우 간신히 등 떠밀리듯 검찰 개혁 하나만, 그것도 반쪽짜리 밍숭맹숭한 검찰 개혁을 간신히 이뤄 놓은 상태이다. 차라리 밀어붙이고 욕을 먹으면 좋으련만, 군불은 다 피워 놓고 욕은 욕대로 다 먹어 놓고서 제대로 해놓은 것도 없으니 국민들이 실망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정권도 바뀌고, 지방 권력까지 다 넘어간 상황에 국민들의 지지율도 취약한 이 시점에 추가적인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자 몸조심하다가 초가삼간 다 태워 먹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지만 지금은 남은 게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권도, 의회권력도, 지방권력도, 민심도 다 빼앗겼던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간 상황인데, 정치인들의 마음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한 번 올랐던 곳에서 추락한 후 다시 오르기가 두세배 어렵다는 것은 지난번 글에서 설명한 적 있다. (https://brunch.co.kr/@zinzery/394)


혹자는 부동산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고 하는데, 큰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부동산 하나로 민심이 이렇게까지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이란 것이 말 그대로 가진 사람은 더 오르길 바라고, 못 가진 사람은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킬 묘안이란 원래부터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이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시키느냐에 따라 부화뇌동할 수밖에 없는 주제이다. 부동산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망설이고, 뜸을 들였다. 외교와 국방, 수출, 방역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언론이 써주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언론은 늘 그래 왔고 그것은 상수값이기 때문에 변수라고 할 수없다.


더불어 민주당 내에 있는 수많은 기득권 세력과 싸우고 있는 일부 소수의 개혁 세력이 있기는 하나, 그 힘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 맹점이다. 이른바 수박들의 버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고, 심지어 대선 과정에서는 노골적인 방해까지 하며 결국 0.7% 석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 선거의 대패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하며 다시 주류 세력으로 올라오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국민보다 자신의 위치와 지위, 체면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국민의 힘 사람들보다 더 큰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민주당이 3번의 패배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남은 2년 간의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2년 후 있을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관계로 2년 사이에 또 어떤 스펙타클한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슈퍼 히어로 한 명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모든 것을 정리해주지 않는다. 정치인 개인 개인이 그저 자신의 역할에, 자신의 과업에, 자신의 위치에 얼마나 더 진심으로 임하고, 국민들은 감시와 격려의 눈길을 계속해서 보내주며 잘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주는 일 그 본분에 충실해야 하는 것 밖에 없다.




세상에 '절대선'과 '절대악'이란 건 없다. 누구나 다 상대적으로 선하거나 비교적 악한 것이다. 오늘은 선이었지만 내일은 악이 될 수 있다. 특히 정치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분명 옳다고 생각해서 지지했지만 실망하고 반대로 돌아설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자신의 승리에 도취하지 않거나, 자신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위치가 뒤바뀔 수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되어 2022년까지 승리에 도취되어 부자 몸 사리던 더불어 민주당 내 정치인들은 이번 3연패를 계기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간절한지 한 번 돌아보기를 바란다. 나 같은 정치 무지랭이가 오늘 어떤 결론이나 비책을 내놓을 리 만무하다. 다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나은 정치인들이 우리를 대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나쁜 놈들에게 지배를 받게 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 경향신문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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