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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Dec 15. 2020

카카오톡에게 전해주오

내가 그대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카카오톡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카카오톡을 매우 잘 알고 있다.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 초창기 카톡이 태어나던 시기부터 꾸준히 이용을 하면서도 카카오톡에게는 많은 기대와 함께 궁금증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미 제목에서 밝혔듯 카카오톡에게 매우 실망한 상태이고, 현재는 그저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에게 실망한 이유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카카오톡이 처음 출시된 2010년은 스마트폰과 피처폰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2007년 아이폰의 충격적 데뷔가 있었고, 이어 2009년에서야 삼성이 갤럭시를 출시하며 기존 옴니아 폰의 저주를 겨우 탈출하던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의 시기였던 것이다.


그 혼란스러운 틈을 뚫고 태어난 카카오톡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인스턴트 메신저 앱을 상용화하여 시장을 선점하였다. 너도 나도 은근히 부담되는 문자보다는 무료로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 즈음 카카오톡은 통신사와도 한판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문자로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어진 통신사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또 서비스 초기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수많은 메시지가 몰리면서 카카오톡이 불통이 되자 대대적인 사과와 함께 긴급하게 복구를 하고, 서버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등 다양한 사건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료 4500만 명이 사용하는 그야말로 국민 메신저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쯤에서 나는 상당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카카오톡은 몇 년간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부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모진 성장통을 뚫고 과연 어떤 수익모델을 가져갈 것인가. 나 같은 소시민이 카카오톡과 같은 공룡기업을 걱정했다기보다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하는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의 성공적인 안착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그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만드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놓는 수익 모델마다 상당히 괴랄하고 자잘한 방식으로 출시가 되어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마치 포크레인으로 바닥에 있는 동전을 줍고 있는 형상이랄까? 감히 얘기하자면 한마디로 "철학의 부재"라는 표현이 딱 적절할 것 같다. 이 정도 규모의 서비스가 더 큰 수익창출을 위해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조금 더 납득할 만한 서비스를 누구나 공감하는 굵직한 서비스가 중심을 잡아주고, 그 아래 부가적인 다양한 서비스들이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면 훨씬 더 아름다웠으리라.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닌 카카오톡만이 할 수 있는 모델을 바랬던 것이다.


기억에 의존하자면 초기 수익 서비스는 선물하기, 이모티콘, 광고 등이 주를 이루었고 이후 카카오 게임과 헤어샵, 티켓, 주문 등 소소한 서비스들이 속속 런칭되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의 영역까지 진출하였고, 포탈 서비스인 다음과 합병하면서 명실상부 종합 IT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을 했다. 나 같은 사람이 아무리 실망을 한다한들 카카오톡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이미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때 유튜브 서비스가 인기를 얻어가면서 구글에 인수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무료로 서비스되는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에 어떤 수익 모델을 내놓을 것인지 역시도 매우 궁금했었다. (나는 왜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지...) 결국 유튜브가 내놓은 수익모델은 광고와 프리미엄 서비스였다. 영상의 서비스이니만큼 광고는 당연히 붙을 것이라 예상했고, 그 광고 없애기와 몇 가지 기능을 묶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상당히 단순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규모가 엄청난 것이었다. 이후 슈퍼챗이나 멤버십 등의 추가적인 서비스들도 런칭되면서 더욱 안정적이고 막대한 수익을 내고있다.


카카오톡이 4500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가입자를 기반으로 이 유튜브와 유사한 구독 방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늘상 무료로 사용해오던 기존의 카카오톡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무료로 제공을 하되,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되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들을 모아서 프리미엄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물론 최근에 카카오워크라는 비즈니스 버전의 앱이 베타 출시를 하였고, 이 카카오워크가 이런 유사한 방식을 띄고 있기는 하다.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기능을 탑재하여 월정액으로 이용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굳이 별도의 앱을 사용하기보다는 익숙한 앱과 UI에 프리미엄 기능 추가 형태로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이미 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미팅 플랫폼이 많아서 시기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다는 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만족하면서 사용할 수도 있고,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거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걱정하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완전 초기 무료 서비스 시절부터 사용해왔던 열성 유저로서 정말 아쉬운 마음을 한번 표현해본 것이다. 좀 더 자잘한 부분보다는 큰 회사의 스케일에 어울리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세상 쓸데없는 걱정!


자 이제 이런 쓸모없는 걱정은 그만 접어두고, 코로나로 1년째 시름시름 앓고 있는 우리 회사나 잘 챙겨보도록 하자! 카카오보다 규모가 큰 회사 말고, 마음이 더 큰 회사가 되기 위해~!!


카카오톡에게 카톡을 보내고 싶다 "카톡!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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