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든다
오늘 할 이야기는 지난 게시글에 올렸었던 장대표와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장대표의 회사는 올해로 13년이 넘는 업력을 가지고 있다.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방황을 하다 이제 바닥부터 다시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중이다. 장대표가 2020년 우리 회사의 사옥으로 이사를 올 당시 있었던 이야기로 둘 사이가 워낙 오래된 사이다 보니 서로 농담과 장난을 수시로 주고받는 사이임을 감안하여 들어주길 바란다.
장: "어이, 건물주님. 화장실 뚜껑이 덜렁덜렁 거리는데 좀 고쳐주세요."
김 : "어차피 비데 설치할 건데 뚜껑 덜렁거리는 거 상관없잖아!"
장 : "읭? 무슨 소리야. 나는 비데 신청 안 할 건데?"
김 : "읭? 그거야 말로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비데를 설치 안 한다니..."
장 : "나는 이제껏 한 번도 회사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한 적이 없어."
김 : "설마 집에서도 비데를 안 쓰는 건 아닐 텐데, 가족들 항문도 중요하듯 직원들 항문도 중요하잖아."
장 : "뭔 소리. 나는 집에서도 비데 안 쓰는데?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
그랬다. 장대표는 십여 년 회사를 운영하면서 비데를 설치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집에서도 비데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비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우리 회사는 처음 사무실을 얻을 당시에 창업 멤버들과 여러 가지 조건들을 논의했는데, 크게 ① 건물 외관 깔끔, ② 엘리베이터 필수, ③ 화장실은 사무실 내부에 있어야 하고, 남녀 구분 및 비데 필수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했다. 물론 직원들만의 생각이 아니라 나 역시도 이 세 가지 조건은 반드시 갖춰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트러블은 없었다. 만약 우리처럼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허름한 사무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 한 겨울에도 차가운 변기까지 갖춘다면 어떤 직원도 뽑을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이렇게 해도 초기에는 변변한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면접을 10명이 보기로 했을 때, 9명이 노쇼를 했던 눈물겨운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비데 얘기로 돌아와서 나는 장대표에게 비데를 꼭 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장대표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그 후 몇 달간 얼굴 볼 때마다 비데를 꼭 설치하라고 압박했고, 심지어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의 링크도 수시로 보내주었으나 장대표는 요지부동이었다.
내가 비데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비데를 강조하는 이유는 너무 단순하다. 비데를 회사 사무실에 설치해 놓는다고 그것에 감동하여 없던 애사심이 생기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어느 순간 그러한 사소한 불편함이 쌓이고 쌓여 결국 좋은 인재를 놓치게 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며칠 동안 야근이 이어져 피곤한 가운데, 다른 직원 다 퇴근하고 혼자 새벽시간까지 남게 된 어느 겨울날에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서 차가운 변기에 앉아 있는 자신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물론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긴 하지만 사람이란 게 극단적 상황에서 아주 사소한 배려에 의외의 행복이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복지란 아주 멀리 있고, 거대한 것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직원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인데, 대부분의 대표들은 뭔가 화려하고 대단한 것만 생각하며 현재는 돈이 없으니 복지는 나중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현재 회사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게 진짜 복지이다. 직원도 사람이고, 결국 우리의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바라는 직원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아주 소소한 것도 챙기지 않으면서 나중에 대단한 것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는 직원도 많지 않을 것이다.
비데가 딱 그 소소한 영역에 속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나는 생각한다. 집에서 비데를 즐겨 쓰는 직원이 있다면 회사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 엄청나게 불편할 것이다. 정말 급하면 비데 없이도 이용을 하겠지만 가급적 참고 집에 가서 해결하려 할 것이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다 착각하며 고작 2~3만원을 아끼기 위해 비데를 놓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나비효과를 생각하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다. 요즘은 렌탈 비데도 월 1만원 수준이면 나름 브랜드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투자 비용 대비 엄청난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데 2만원 아끼겠다고 비데를 놓지 않는 장대표를 보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아, 물론 현재의 장대표는 현실 각성하고 현재 내 어설픈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실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비데를 설치했고, 회사의 성장을 방해하는 직원을 과감히 정리하였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사의 철학을 설정하여 직원들과 꾸준히 대화를 통해 교류하는 등 적극적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 우연히 그 시점부터 회사에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사람을 추가로 채용하게 되었고, 예전과는 달리 서로 으쌰 으쌰 하며 함께 앞을 보며 달려 나가고 있다. 이런 과정이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앞으로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부디 비데에서 시작된 새로운 경영 철학을 장대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립하여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기를 친구로서, 동료로서, 선배로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