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위기에 순간에 오히려 평온이 찾아온다
요즘 나의 인생은 참으로 '스펙타클 그 잡채'이다. (설마 요즘 유행하는 저 '잡채' 드립을 모르고서, 오타로 의심하는 어르신 없으시겠죠?) 40년이 넘는 인생 어느 때에 스펙타클하지 않은 구간이 있었겠냐마는 이제 지천명(知天命)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의 멀티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위를 조금 좁혀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20년의 시간 중, 직장 생활 14년, 회사를 시작하고 자리를 잡기까지 맘고생 심했던 2년, 이후 회사의 황금기 2년, 코로나로 인해 암흑과 같았던 시간 2년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다이내믹한 삶의 연속임에 틀림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겪었다고 생각했고, 설마 앞으로 이 이상은 없겠지 하며 안일한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것이 나의 불찰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의 긴 터널을 뚫고 나와 이제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 재도약을 시작하려는 현재의 시점이야 말로 스펙타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현재의 우리가 누구보다 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종의 다른 회사들은 아직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채 회복하기도 전이지만 우리는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 초부터 일정 부분 회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제 2022년 재도약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히 변해버린 시장은 우리의 강력한 열정을 꺾기에 충분했다.
시장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그것을 이 공개적인 공간에서 정확하게 밝히기는 조심스러워 구체적 상황을 말하기는 어려우나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최고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장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잘 버텨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비결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어려움은 정말 끝도, 답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과 같은 심정이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내가 흔해빠진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만 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보다 저 멀리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여러 차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 여러 차례의 과정을 겪으면서 충분히 담금질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언제나 새로운, 그리고 더 강력한 태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현재 직면한 이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던 중,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답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자 한참을 전화를 듣고 있던 상대방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오늘이 최고의 위기일 거라고 늘 생각하지만 항상 그 모든 것을 뚫고 우리는 평생 새로운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안일한 마음을 버리고 그 위기를 덤덤히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다. 어떤 어려움이던 분명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준비하지 않고 갑자기 맞게 되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이 고민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고민이었고, 난 이미 여러 가지 답안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중 현재 상황에 가장 알맞은 답을 고르기만 하는 객관식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지 못해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결론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어려움과 위기에 대해 한 걸음 빠르게, 한 걸음 멀리 내다보며 미리 준비한다면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작은 문제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나중에 이 모든 것이 완전하게 결론이 난 뒤에 구체적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김현철 <그럼에도 불구하고>
https://youtu.be/B72_kTImE3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