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숏.톡 11] 두바이 블루스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중동 지역 (Middle East)

by 아이엠 저리킴

나는 지금 두바이에 있다. 이곳에 도착한 지 벌써 1주일의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도 4주의 시간을 더 버텨야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약 20년간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참 많은 국가에 출장을 다녔었다. 모나코, 프랑스 니스, 독일 베를린,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LA & 오클랜드, 브라질 상파울루,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 상하이, 마카오,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등 기억에 남는 곳만 꼽아도 한 타스가 넘는다. 영어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이렇게 많은 해외 출장을 다닌 덕에 수년 째 대한항공 모닝캄을 유지하고 있다.


길고 긴 코로나가 이제 끝나갈 무렵인 지난 6월 우리는 태국 방콕에서 아주 오래간만에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년 만에 진행된 해외 프로젝트는 매우 낯설었고, 그만큼 난이도가 높았다. 더구나 태국의 경우 주요 시설과 인프라가 확실히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불안하여, 대회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주요 사건 사고는 리허설 때 대부분 일어났고, 정작 본 행사 때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행사가 다 끝이 나고 바로 다음 주에 태국에 엄청난 폭우와 태풍이 이어져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어 마비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회는 두바이로 정해졌다. 나는 그렇게 많은 출장을 다녔지만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터키, 바레인, 쿠웨이트, 리비아 등 모든 중동 국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어느 나라인들 모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첫 중동이라는 사실은 나를 매우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사람이 사는 곳인데 뭐 걱정할 것이 있냐 하겠지만,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든 것은 두바이의 인프라도, 더위도, 비싼 물가도 아니고 오직 음식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 유명한 식(食)소수자이다.


내 수많은 출장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현지 음식이 너무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유럽에서도, 동남아에서도, 미주지역에서도 항상 까다로운 내 입맛은 현지 음식보다는 가져간 컵라면과 고추참치를 더 찾았다. 우리 대회의 특성상 보통 장기 체류가 많은데, 그런 부분이 더욱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우리 직원들 중에는 긴 시간 동안 한국 음식을 단 한 번도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오직 현지 음식을 탐닉하는 그들을 보며 너무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외국 음식을 힘들어한다.


그나마 외국 출장 중에 먹은 음식 중,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일본과 베트남 정도이다. 우리와 음식 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맛있게 먹어줄 수 있을 정도이지 그것만 먹으면서는 절대로 버틸 수 없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나를 탓할 수 없는 게 이렇게 태어난 것을 어쩌란 말이냐. 가끔씩 주변에서 나에게 먹는 걸로 너무 유난 떤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몸에서 받지 않는데 억지로 먹다가 탈 나는 것보다는 덜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사실 두바이의 경우에는 워낙 국제 도시이기도 하고, 작년에 끝난 DUBAI EXPO에서 치러지는 대회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환경이 매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식 또한 당연히 다양하게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론 글로벌 표준에 가까운 음식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동남아, 중동 특유의 향이 가미되어 있어 나는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출국 전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혹시나 싶어 컵라면을 조금 싸오긴 했는데, 매일 먹을 정도의 분량이 안되어 최대한 자제하며 3일에 1개씩 먹으며 간신히 살아내고 있다. 이렇게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순식간에 마른 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비즈니스 트립이 아니라 만약 순수하게 여행의 목적으로 여행지를 결정한다고 했을 때, 나의 마지노선은 베트남이고 베트남으로부터 서쪽에 있는 모든 국가는 기본 제외할 예정이다. 여행의 즐거움 중 가장 중요한 게 먹는 즐거움인데, 즐거움의 큰 축을 시작부터 배제하고 무슨 여행을 논할 수 있으랴. 아내와 음식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냥 우리는 한국에 가보지 못한 곳이나 여행하며 여생을 마감합시다. 괜히 남들 따라 해외여행 갔다가 돈 쓰고 나쁜 기억만 가득 남길 것이 아니라 지역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소. 제주도 한 달 살기만 해도 60가지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소.'




먹지 못하는 음식만 잔뜩 쓰고 뜻밖의 편밍아웃으로 글을 마치게 되어 매우 아쉽지만, 현재 이곳에서의 내 감정은 별도의 다른 글로 다시 쓰려고 한다. 어제도, 그제도 글로 많은 감정을 쏟아냈고, 내일도, 모레도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 지금 두바이에 와서 나의 복잡한 심경이 가장 극으로 치닫다가 다시 오히려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고 있다.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고, 나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스펙타클 할 것이 분명하다. 회사를 시작한지 딱 6년. 보통 7년차에 안식년을 가지는 것처럼 나도 내년을 안식년으로 생각하고 여유있게 쉬면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해로 만들어볼까 한다. The story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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