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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Dec 20. 2020

나는 홍대의 옹졸한 남자

 큰 일에는 대범하게. 작은 일에는 옹졸하게.


그렇다. 나는 옹졸하다. 덩치에 맞지 않게 속좁고, 치졸하고, 좁쌀 같은 그런 사람이다. 큰 일에는 오히려 대범하고, 의연하게 대처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 쉽게 상처를 받고 삐지고 마는 그런 미약한 존재이다. 그런 점을 서두에 완벽하게 인정을 하고 짧은 글을 하나 올려볼까 한다. 




회사를 시작한 지 4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누구보다 가진 것이 없었고, 비빌 언덕이 없었다. 그 흔한 투자자도 없었고, 변변한 클라이언트도 없었다.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해내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큰 난관을 만났을 때마다 예상치 못한 귀인들의 도움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 귀인은 늘 우리 주변에 있었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우리는 꾸역꾸역 견뎌내었고,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아주 작은 봉우리에 오르게 되었다. 회사는 매년 200%씩 성장을 했고, 2년 연속 흑자를 내면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로 여기에 오를 수 없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묵묵히 따라준 직원들,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태준 협력회사, 작은 회사이지만 무한 신뢰를 보내준 클라이언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작년에 홍대에 사옥을 매입하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지하 공간만큼은 의미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도움과 응원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하였다. 


공간의 이름은 '그늘'이다. 3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음향 / 조명 / 영상 / 스트리밍 장비 / 카메라 등 시스템은 최고 사양으로 구성을 했다. 당연히 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공간은 아니다. 물론 무료 대관 공간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이 곳에서 자신의 꿈을 부담 없이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비용을 책정했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글로벌 탑 아이돌의 팬클럽 라이브 콘서트 단체관람, 또 다른 아이돌 그룹 팬클럽 회원 대상 영상회(5일간), 브런치 작가님의 zoom 라이브 강연, 유튜브 예능 콘텐츠 촬영, 우리 농산물로 만든 술 워크 스루 시음회, 마포 독서 모임 오리엔테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다. 


코로나 19가 갑작스레 확산되면서 최근에 예약되었던 콘텐츠들이 대부분 취소되었지만 참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이 이 공간을 찾아주고 있다. 애초에 수익을 목적으로 설계된 곳이 아니므로 운영하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취소된 콘텐츠들이 매우 아쉽기만 하다. 




사실상 이번 글의 본격적인 주제는 지금부터이다. 아직은 초기이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빡빡하게 예약되는 상황이 아니므로 오시는 분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비용을 추가적으로 할인해주거나, 간단한 음식을 제공해주거나, 사전/사후에 추가 시간을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대신 행사 후 SNS나 후기글에 '그늘'에 대한 소개 문구를 넣어주는 조건으로. 지금은 수익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알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막상 올라오는 후기글을 보면 허탈할 때가 많다. 당연히 그 후기글의 주인공이 '그늘'이 될 거라는 기대는 당연히 1도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엑스트라나 까메오 정도는 출연할 자격이 있다 생각했는데... 늘 그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오곤 한다. 서면 계약을 통해 강제성을 부여한 것도 아니니까 그저 뭐라 말할 수 없는 섭섭함 뿐인 것이다. 


나는 매우 옹졸하고, 소심한 사람이므로 이런 사소한 부분에 꽤나 큰 상처를 받는다. 단순히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 또한 살면서 누군가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를 주었겠지. 더 큰 사람이 되려면 이런 작은 부분에 연연하지 말고, 앞만 보며 쭉쭉 나가야겠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 사소한 약속을 어기는 습관 등 또 소심하게 반성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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