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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r 27. 2023

유머러스에 대하여...

유머러스 피플이 되기 위한 소소한 꿀팁

<유머러스에 대하여...>라는 거창한 제목의 글을 쓰기에 앞서 '나는 과연 이런 글을 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하는 부분이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평생을 그러한 삶을 추구해온 나이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해줄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유머러스'에 대한 주관적 기준을 넘어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소한 꿀팁을 몇 가지 소개하는 선에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주변에서 항상 유머러스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유머러스하다는 것은 단지 웃기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줄 아는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다. 기본적으로 '개그'나 '코메디'적인 재능을 탑재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유머러스하다고 평가되기는 어려움이 있다.


◼︎ Chapter 1 : 재미없고 뻔한 말 덜어내기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재미있는 말 많이하기'가 아니라 바로 '재미없고 뻔한 말을 걸러내기'이다. 동네에서 좀 웃긴다 하는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도중 순간 순간 떠오르는 수많은 드립들이 있을텐데, 그것을 무턱대고 뱉다 보면 말그대로 '갑분싸'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누구라도 떠올릴 법한 뻔하디 뻔한 멘트는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다들 머릿 속에 떠올렸지만 이내 버려 버리는 썩은 드립을 혼자서 친다거나, 수백번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유머랍시고 치면 절대로 안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예전에 '강경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누구라도 '간경화'가 떠오를 것이고 크게 좋은 어감의 말이 아니기때문에 대부분 굳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꼭 눈치 없는 사람들이 '간이 안좋으신가봐요? 아하하하...'와 같은 썩은 멘트를 날려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아마도 '강경화'씨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이미 수없이 많이 들었왔기 때문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그걸로 그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것이다.


나는 한때 개그를 직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사람이었기에 기본적으로 대화 중에 수많은 드립들이 떠오르지만 대화의 흐름을 뚝뚝 끊어버리거나, 아니면 너무 뻔한 말장난으로 갑분싸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수없이 많이 떠오르는 멘트 중 엄선하고 엄선해서 내뱉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너무 뻔한 멘트를 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경우 상대방이 의아해하며 신기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너무 재미있으려고 노력하다 실수를 하는 것보다는 너무 뻔하거나 식상한 멘트는 자체적으로 걸러내야 유머러스함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 Chapter 2 : 상대를 낮추려면 먼저 나를 낮춰라

우리는 종종 아주 더러운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런 부류의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드립이 상대방을 굉장히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의 외모, 실력, 환경 등을 지적하며 혼자서만 신나하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상대를 낮춰서 자신을 높이려는 것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전형적인 화법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사람이 주변에 참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30년 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개그맨 유재석의 경우 상대방을 비난하며 웃기는 것에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그의 롱런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머러스함이라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조건 웃음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함께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행위이다. 즉 불쾌하고 불편한 웃음보다는 유쾌하고 위트있는 즐거움이 바로 유머러스의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듣는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예민해 할만한 소재는 가급적 유머의 주제로 삼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만 혹시 상대방의 무언가를 지적하며 웃음을 유도하고 싶을 때에는 자신도 함께 망가지는 방법을 써야 한다. 오히려 자신을 더 낮은 단계로 설정을 하고 상대방의 단점을 유머코드로 승화시킨다면 그래도 조금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친한 동료의 외모가 유난히 단정치 못하고 꾸질꾸질 할때 "너 오늘 상태가 왜 그러냐?"라고 직접적으로 비난하기 보단 "너 가서 거울 좀 보고와. 오늘 상태가 회사에서 2번째로 못생긴 것 같어. 내가 1번이고 네가 2번이야."와 같이 자신을 같이 묶어서 낮출 경우 그 반감을 조금 덜어낼 수가 있다. 반대로 상대방을 띄워줄 때에도 "오늘 너 엄청 좋아보인다. 오늘은 내 옆에 붙어 다니지 마라. 너랑 비교되기 싫으니까"


물론 이 방법을 진짜 잘 생긴 사람이 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긴다. 더 재수없어 보이니까(오징어는 그냥 웁니다.. ㅠㅠ) 아무튼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무기로 다양한 상황에 맞게 적절히 변형하여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지 않으면서도 단점을 유쾌하게 지적하는 것 즉 겸손함이 유머러스의 매우 중요한 스킬 중 하나임을 명심해야 한다.


◼︎ Chapter 3 : 최신 트렌드에 대한 탐구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각종 드라마, 예능, 유튜브, 스포츠 등에서 다양한 밈들이 매일 매일 생성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나만 혼자 예전 시대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23년에도 여전히 '영구없~다'를 외치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전히 철지난 유행어를 읊조리는 사람들이 많다. 불과 한두달 전에 유행하던 밈도 금방 탑골 취급을 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최신 트렌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매일 매일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밈들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다면, 다양한 상황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의 트렌드 습득 정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드립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정치적 드립을, 드라마나 예능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각종 대사들을 활용한 드립을 통해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하게도 상대방이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한 드립을 날릴 경우 높은 확률로 "갑.분.싸"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가을 선배 피곤하게 자꾸 질문하지 맙시다"

"홍대가려면 어떻게 가야하죠?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이런 드립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려 들지말고 그냥 외우면 된다.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내가 많이 알면 알수록 MZ세대와의 세대 격차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일예로 내 경우에는 고3 아들과 최소 2시간 이상은 수다를 떨 수 있을만큼 MZ 드립력을 확보하고 있다. 게임, K-팝, 스포츠, 예능, 유튜브, 드라마, 정치 등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많은 나는 아들들과 어떤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드립은 다 받아 낼 수 있고, 잘 모르는 것이 나와도 대충 유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 아들이 애비를 닮아 수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안비밀)




유머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능임은 분명하다. 일단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유머를 남발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un-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쉽다. 세대차이가 난다고 푸념할게 아니라 그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유머를 습득하여 함께 공감하고 호흡할 수 있는 인싸력을 가지는 게 선천적 재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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