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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23. 2023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turn up!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딱히 쇼미더머니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노래는 대부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사람이 사는 세상은 외딴섬에 혼자서 살아가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이상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그 범위를 내 주변과 내 업종으로 한정한다면 그냥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세상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들 한 번씩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 이름을 처음 지었을 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연결을 의미하는 connect와 미래를 의미하는 next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문득 떠올라 그 두 단어를 합성하여 만들게 되었던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회사의 이름처럼 우리는 수많은 '연결' 속에서 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했으며, 그러한 '연결'들로 인해 나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여전히 '연결'의 소중함에 대해 항상 가슴속에 새기고 새로운 인연과 떠나가는 인연에 대해 늘 최선을 다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또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 어떻게 헤어지게 될지 우리의 미래를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모든 인연과 연결에 최선을 다할 뿐.




최근 이런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정말 제대로 느낀 적이 있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내용이긴 한데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한때 나의 클라이언트인 회사의 부사장이었던 H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H는 나보다 무려 10살이나 적지만, 실력적으로나 능력적으로 굉장히 뛰어나 부사장이라는 직급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그런 인물이었다. 여하튼 클라이언트와 대행사의 관계상 그다지 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원만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오던 사이였다.


그런 그가 작년에 7년간 몸담았던 그 회사를 떠나 새로운 스타트업 게임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역시 직함은 부사장이었고, H는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이 꽤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이직한 이후로도 우리는 몇 번의 사적인 만남을 가졌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게임사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투자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투자를 결심하면서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 결정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가장 첫 번째로 H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그는 나의 클라이언트였고, 나름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보다 훨씬 크고 안정적인 회사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오직 실력과 맨파워만을 보고 우리를 선택해 주었다. 우리는 그 믿음에 부응하고자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고, 그 결과 양쪽의 회사 모두 동반 성장하는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런 H가 새로 시작하는 일에 내가 발 벗고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 투자가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일절 원망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H가 선택한 일에 대한 신뢰에서이다. 그는 평소 좀 껄렁껄렁한 태도를 보이기는 하나 업무적으로는 항상 냉정한 판단을 해왔던 사람이기에 그가 선택한 일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검증과 체크를 했을까 하는 그런 믿음을 토대로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투자를 하고 또 막상 게임을 하다 보니 정말 잘 만들어진 게임 자체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H와는 전보다 더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었다. 사실상 전에는 소위 갑을의 관계였고, 지금은 투자자와 피투자자로서 항상 껄끄러운 관계일 수 있으나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소소한 이야기까지 속 깊게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어느 날 문득 번개로 술을 마시던 중 우연히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H를 매우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고, 한때 같은 직장에 몸 담고 있었으나 현재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하필 나와는 어떠한 이유로 연락을 하지 않게 된 사람이었는데, (참조글 : https://brunch.co.kr/@zinzery/465) H의 중재로 다시 그와 만남을 갖게 되었고, 결국 오해를 풀고 다시금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 현재 우리 회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사회가 정한 틀 안에서 우리는 갑과 을이라는 위치를 일시적으로 가지게 되지만, 시간과 상황이 변함에 따라 그 갑과 을이라는 위치는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마치 나의 권력인양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갑이었던 H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며 나에게 투자를 권유했을 때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를 믿고 투자하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을'이었던 나는 일시적으로 투자자라는 '갑'의 위치가 되었으나 항상 H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고, 그는 또 나의 비즈니스를 위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여 서포트해 주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지 않고 그저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한지 생각하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그렇게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살면서 나는 이와 같은 상황을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미래의 어떤 것을 바라지 않고, 단지 현재의 상황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놀랍고도 뜻밖의 결과로 돌아오는 일이 너무나도 자주 발행했고, 가장 최근의 일이 H의 일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오늘 또 새로운 만남이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드라마로 쓴다고 하면 너무 뻔한 클리세라며 거절을 당할 것이 분명한 그런 신기한 일들이 나에게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직원, 협력사, 광고주, 경쟁사, 지인, 지인의 지인 등 어떤 인연이 나에게 새로운 선물을 가져다 줄지 예측할 수 없기에 그냥 이 상황에 맞는 최선을 다할 뿐. 특별한 비결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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