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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26. 2023

결국 수술대에 오르다

일반인의 성대플립 그 두 번째 이야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정확히 4년의 시간이 지났고, 오늘 300번째 발행글을 올리게 된 역사적 순간을 수술에 대한 소식으로 채우게 될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대결절이 연예인이나 가수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일반인들에게도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목을 자주 사용하는 직업, 교수나 선생님, 농수산물 경매사, 컨설팅 매니저 등의 사람들 역시 대부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성대 관련 질환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나는 가수나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의나 상담을 하는 직업, 즉 말을 하면서 먹고사는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이례적으로 성대결절을 얻게 된 케이스이다. 정확히 말하면 커뮤니케이션 직종이기에 아예 말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말을 주 업무로 삼는 직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번 글에서 밝혔듯 2015년, 2019년 두 번에 걸쳐 발생한 성대결절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6개월 전부터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지기 시작해 급기야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자 그때서야 나는 동네에서 좀 큰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병원에서는 약을 처방해 주며 술과 담배, 그리고 말을 줄이라고 했고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호전되는가 싶었다. 


그러다 지난봄에 병원에서는 성대에 약간의 혹 비슷한 것이 있다며, 약으로 일단 녹일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자며 새로운 약을 처방해 주었으나 2달이 지나도록 혹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자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청천 날벼락같은 말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 동네 큰 종합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아 예약을 하고 첫 방문을 하게 되었다. 의사는 나의 성대를 보자마자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고, 수술을 받고 나면 2-3주 동안 절대 '아' 소리도 내면 안된다고 경고하였다. 위내시경을 할 때, 용종을 떼어내는 것처럼 성대 플립 제거 수술 자체가 작은 수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전신 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가장 빠른 수술 날짜를 잡고 오늘 기본 검사들을 마친 후 귀가하였다. 


예견된 일이었으나 막상 몸 안에 칼을 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다시 건강한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과, 예전 오리지널 목소리와 음색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아주 복잡한 생각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도 있겠지만 큰 기대하지 않고 그저 건강하고 오래오래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반백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에게 혹사당한 내 성대에게 3주간의 꿀 같은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 시간들을 소중히 보내려고 한다. 3주가 지나면 또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또 나에게 혹사당할 나의 가련한 성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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