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 작가 진절 Dec 15. 2023

인생의 반환점에서 잠시 멈춤(⏸)

나의 남은 40~50년 설계하기

설마 설마 했던 그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니, 이제 곧 될 예정이다. 올해는 토끼의 해라 기존 한국 나이로 49세이고, 내년이면 드디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이 된다. (조금 치사하게 빠져나가 보자면, 토끼띠 중에서도 엄청 빠른 생일을 가진 토끼띠라 사실 현 48.5세, 내년에는 49.5세가 되는 셈이지만..) 100세 인생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쳤을 때 이제 내년이면 진짜로 인생의 반환점에 서는 나이가 된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 50년보다 남은 50년이 더 길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이미 지나 버린 50년 중 사실 기억도 안나는 유아기 제외하고, 학창 시절 철 모르고 지나간 시절 제외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대학 시절까지 제외하면, 이 냉혹한 사회의 일원이 된 건 고작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간에 불과하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2~23년 정도인데, 앞으로 남은 인생이 무려 50년이라니 그 무게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지나온 50년은 비교적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살아온 것인데 반해 남은 50년은 덜 건강하게 살아가야 할 게 분명하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므로 거스를 수가 없다.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수조건이다.


특히 올해는 나에게도 수많은 시련이 있었다. 지난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혹사당한 성대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성대 플립 제거 수술을 했고, 동시에 대상포진이라는 어마어마한 병을 얻게 되어 약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 또 긴 시간 동안 나에게 밝은 세상을 선물해 주었던 나의 신선했던 안구는 이제 약간 뿌연 필터를 장착하여 약 50년 만에 첫 안경을 맞추게 되었고, 아침마다 나의 건강함을 확인해 주었던 그 녀석(?)은 좀처럼 활동을 하지 않아 나의 근심을 더해주었다.


반환점에 선 시점에 그렇게 슬픈 시그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월급 100만원을 받던 사회 초년생을 지나, 만화방 2년 동안 세상의 차가움을 경험했으며, 이름 있는 중견기업에서의 담금질 10년, 이후 20명 스타트업에서 약 3년을 더 수련한 시간이 총 15년이었다. 그리고 시작한 내 사업에서 지옥까지 떨어졌던 처음 2년과 간신히 지옥을 탈출하여 상승기 2년, 코로나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 2년, 다시 정상궤도까지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 3년까지 총 7년 반의 시간 동안 그래도 남들이 조금은 부러워할 만큼의 위치에 간신히 안착했다는 사실이다.


2023년은 그래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이다. 지난 몇 년간 진행해 오던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프로젝트를 못하게 된 해이자, 마침 우연하게 이스포츠의 최고봉인 롤드컵을 처음으로 경험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롤드컵이라는 프로젝트는 4~5년에 한 번 한국에 오기 때문에 연속성이 불가능한 프로젝트이다. 올해의 위기는 어찌저찌 간신히 넘기기는 했으나 앞으로의 행보가 거의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프로젝트를 끝으로 회사의 많은 직원들이 퇴사를 하게 되면서 회사는 이중 삼중으로 위기에 빠진 상태이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위기와 기회, 행운을 반복하면서 그래도 꾸준히 우상향 했지만 그것이 나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또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서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앞으로 있을 나의 결정 하나하나가 나의 남은 50년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안정을 택할 것인지, 새로운 도전을 택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50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일지 가늠도 안되지만, 결국 또 한걸음 한걸음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그 길의 끝에 다다르게 되지 않을까. 그곳에 다다랐을 때 나는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의 나는 신중하고 현명한 결정을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말의 법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