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Dec 08. 2024

[본격 홀덤 소설] 파이널 테이블 #19

#19. 공든 탑이 무너진다

영훈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옆에 있는 민섭의 얼굴도 이미 울그락 불그락 해진 상황이었다.


"If you cause trouble again, you’re out of here."

"Shut the fuck up이다. 이 새끼들아!"

영훈이 이 얘기를 던지자 주변에서 지키고 있던 카지노의 경호원들이 영훈의 양쪽에 붙어 영훈을 카지노 문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고, 영훈은 끌려가면서도 계속해서 딜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민섭과 진혁은 영훈의 짐까지 챙겨서 곧바로 따라갔다.


카지노의 경호원들은 영훈에게 한 번만 더 소란을 피우면 실제 경찰에게 연락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사라졌고 영훈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대고 있었다. 진혁은 영훈과 민섭을 끌고 로비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이야. 민섭이 니가 말해봐."

"처음에 자리에 앉았는데 술술 잘 풀리더라고. 그 딜러는 신입인지 어리바리하며 숫자도 제대로 계산도 못하고.. 그래서 우리 둘 다 거의 70% 이상의 확률로 잘 맞추면서 한 100달러 정도 따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딜러가 바뀌는 거야. 눈빛도 매섭고 좀 분위기가 싸하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우리는 기세가 올르기도 했고, 니가 바뀐 투수 첫 투구를 공략하라는 게 생각이 나서 좀 베팅을 크게 했지. 각 50달러씩. 딜러한테 6이 깔리니까 의심할 것도 없이 또 바로 더블로 총공격을 했는데 4, K를 뒤집으면서 20을 만들어서 돈을 싹 쓸어 가더라고."


종업원이 차가운 커피를 가지고 테이블로 왔다.


"Thank you! 야야. 숨 좀 쉬고 이거 마시면서 천천히 말해봐."

"아무튼 그 뒤로 계속 50달러씩 가는데 19, 20, 21 심지어 블랙잭까지 연속으로 계속 하이카드를 까는 거야. 분명 불리한 패가 나와도 마치 사기 치는 것처럼 척척 하이카드를 만들어 내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

"사기 치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사기 친 게 맞다고. 어떻게 거기서 연속으로 그렇게 높은 패가 나오냐. 씨발 촌놈들이라고 호구 잡은 거지 개새끼들이.."

"넌 좀 가만히 있어봐. 민섭이 계속 얘기해 봐."

"딜러 바뀌고 나서 한 7~8판 정도 했나? 1번 빼고는 딜러가 계속 이겨서 결국 나는 며칠 동안 벌었던 돈을 다 잃고도 100달러를 더 잃었나? 그런 상황이었어."

"350달러 딴 걸 다 잃고도 추가로 100달러를 잃었다고? 영훈이 너는?"


진혁의 말에 영훈은 그제서야 생각이 난 듯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나? 어 잠깐만.. 150달러 남았네."

"그럼 너도 딴 돈 400달러 다 잃고 니 돈을 150달러 추가로 잃은 거야?"

"그... 그렇게 되나? 내가 원래 300달러 가지고 왔었으니까. 어, 맞네."

"하... 아니 며칠 동안 힘들게 벌은 돈을 그렇게 순식간에 잃으면 어떡하냐."

"그건, 저 새끼들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해. 카지노가 너희 같은 잔챙이를 상대로 왜 사기를 쳐. 내가 며칠 동안 누누이 말했잖아. 블랙잭에서 카지노가 이길 확률은 51.3%야. 사기 같은 거 안쳐도 판이 계속되면 될수록 카지노는 결국 돈을 벌게 되어 있단 말이야. 특히 아까 너희 같이 흥분 상태가 되면 카지노가 이길 확률은 급격히 높아지게 되는 거라고.."

"알지.. 알지.. 다 아는데 아까는 눈이 정말 확 뒤집혀져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어."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의 영훈과 민섭을 보니까 진혁의 마음이 괜스레 짠해졌다.



"여기 카지노들끼리 다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서 여기서 더 소란 피우면 아마 너는 다른 카지노에도 출입금지를 당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가자. 내가 딴 돈 중에서 각각 150달러, 100달러 줄 테니까 둘 다 본전이다 생각하고 기분 좋게 떠나자고."

"아니.. 그래도 괜찮겠어? 괜히 미안하게... 니가 힘들게 딴 돈인데..."

"나는 그렇게 주고 나서도 어지간히 많이 따서 괜찮아! 내가 맛있는 밥 한 번 샀다 치면 되지 뭐!"

"그.. 그래 고마워..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


진혁은 3일 내내 친구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잔소리를 했었고, 결국 그 결과가 좋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고작 2시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옆에서 조율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들에게 큰 교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수익을 일부 나눠주며 한국으로 향했다.  


#홀덤 #카지노 #텍사스홀덤 #블랙잭 #바카라 #마카오 #룰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