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시코기와 닥스훈트 입양기
작년 이 맘 때쯤 한참 중2병에 허덕이던 큰 아들이 자신의 방황을 끝내줄 방법이 있다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그것은 바로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자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웰시코기를...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두 아들놈을 뒤치다꺼리에 지쳐있던 우리는 강아지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 5-6년 전쯤 햄스터 대가족이 우리 집을 머물다 떠난 것이 처음이자 유일한 반려 동물이었다.
그런 이유로 또 속는 셈 치고, 웰시코기를 입양할 곳을 찾아보다가 직접 상犬례를 하러 한 농장을 찾아갔다. 두 아들과 함께 농장을 찾은 우리는 거기서 끝을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진 것이다. 나와 큰 아들은 당초 보러 갔던 웰시코기에, 아내는 장모종 브라운 헤어 닥스훈트에, 막내아들은 귀요미 포메라니안에 각각 빠져 버렸다. 웰시코기 한 마리를 보러 갔다가 무려 세 마리를 입양하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당초 계획했던 웰시코기와 우리 집 최고 권력자인 아내의 1 pick인 닥스훈트를 영입하고, 아쉽지만 포메라니안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체구는 작지만 앙칼지게 많이 짖는 습성 때문에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이 다소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막내를 포기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강아지 두 마리를 누가 가장 많이 돌볼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아내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웰시코기와 닥스훈트 두 견종이 정말 매력적인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웰시코기는 귀여움과 듬직함, 짧은 다리와 쫑긋한 귀 등 수많은 매력 포인트가 있었고, 닥스훈트는 고급스런 진갈색에 웨이브 귀와 긴 허리, 훨씬 더 짧은 다리 등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물론 지금도 참 이쁘지만 갓 1개월 된 아기들을 두고 돌아선 다는 것이 거의 고통에 가까웠다.
아직 예방 접종 및 모유 수유 기간이 끝나지 않아 약 1개월여를 추가로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 1개월이라는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에 찾아온 녀석들은 그냥 존재 자체로 귀여움의 대향연이었다. 수많은 레전드 귀여운 장면을 연출하며 삭막하기만 했던 집안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어 놓는 데 성공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아들 둘과 다소 무덤덤한 아내 사이에서 나 혼자 떠들기 바쁜 집에 한줄기 빛처럼 사랑스런 천사들이 찾아온 것이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앙증맞던 1개월 차 사진을 잠시 감상해보자.
우리 아가들의 이름은 '다리'와 '도리'이다. 당초 수많은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역시나 집안 가장 최고 존엄인 아내의 의견으로 최종 이름이 결정되었다. 먼저 웰시코기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 포인트인 숏다리여서 '다리'가 되었고, 닥스훈트는 닥도리에서 '도리'가 되었다. (이유는 항상 이렇게 허무한 것이다.)
다리와 도리 모두 남자아이이며, 이로써 우리 집에는 남5, 여1로 편향적인 성비로 구성된 가족이 되었다. 이제 갓 1살이 된 다리와 도리는 지금은 어엿한 청년 같은 모습이 되었다. 강아지는 평균적으로 성장의 속도가 사람의 7~10배 정도로 보면 된다고 하니, 만 1년이 된 다리와 도리는 사람으로 치면 약 8살 내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지금의 크기와 몸무게가 거의 최대치라고 하니 외모적으로 더 이상 변하는 일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다리와 도리가 우리 가족이 된 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낯선 사람과 다른 강아지를 보면 흥분하며 짖는 경향이 있다. 아직 어려서인지 훈련이 덜 되어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그 부분만 개선을 하면 참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아이들이 될 텐데 그 부분이 참 안타깝다. 하지만 체구가 워낙에 작다 보니, 딴에는 목청껏 짖어도 사실 옆집이나 주변 이웃에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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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WevNYCtkU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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