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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Feb 24. 2021

어느 프로 불편러의 이야기

불편러에게 차마 보내지 못한 메시지

[Prologue]


어제 페이스북 회사 페이지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https://www.facebook.com/509194709269348/posts/1557999951055480/?d=n), 그 글을 보신 어떤 분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이 글은 그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보낸 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 고민 고민하다 그냥 답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그 메시지를 보내신 분이 어찌어찌해서 타고 타고 이 글을 보게 될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절대 오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혹시 메시지에 답이 없어서 섭섭했다면 이 글로 그 답을 대신하고 싶다. 




어제 올린 글에서 무명가수 오디션 <싱어게인>을 보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소회에 대한 글을 올렸었다. (https://brunch.co.kr/@zinzery/69)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실력자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을 보면서, 사업 초기에 회사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겪었던 설움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들을 적은 글이었다. 글의 취지는 그렇게 단순하게 서러웠던 시절에 대한 감정의 표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어떤 분께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글에 등장한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의 원래 대행사 대표님이었다. 즉 우리가 그 회사의 이름으로 대행 행사를 했던 것인데,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던 그 프로젝트 이후로 약 4년여간 연락이 없었던 지라 뜬금없는 메시지에 갸우뚱하기는 했으나, 별거 있으랴 하고 메시지를 열어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Question]


일단 ①우리가 그 행사를 대대행했다고 말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니, 글에서 그 행사명을 지워달라. ②우리 직원들이 현장을 엉망진창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광고주로부터 얼마나 욕을 먹었는 줄 아느냐. ③전체적인 행사는 본인 회사에서 준비를 했고, 우리는 출연진 섭외 및 현장 운영 정도만 한 것 아니냐. 그런데 왜 전체를 대행한 것처럼 이야기하느냐. ④회사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왜 매번 이런 식으로 하느냐 (바로 메시지를 지워버려, 기억에 의존하여 내용을 복원해야 했기에 일부 표현이 다를 수 있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메시지를 읽고 정말 한참 동안을 멍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해야 하나. 아니 그보다 먼저 이 메시지에 과연 답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한 시간 가까이 답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결국 답을 보내지 않는 걸로 결정을 했고, 그 행사를 포함하여 모든 행사명을 글에서 그냥 지워버렸다. 



[Answer]


우선 나는 그 글에서 아무도 저격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내가 남의 이름으로 행사를 하면서 어떤 회사가 우리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고 폭로한 것도 아니고, 거기 직원들이 일을 못한다거나 인성이 나쁘다는 식의 비난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우리 이름이 없이 남의 이름으로 행사를 해야만 하는 無名社의 서러움이 힘들었다고 말한 것뿐.


근데 그 글의 무엇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그 행사 전체를 다 했다고 허언하지도 않았음에도 우리가 부분적으로 했는데 왜 전체를 다 한 것처럼 말하느냐고 하는 부분도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는다. 게다가 그때 우리 직원들 때문에 클라이언트한테 욕먹었다는 사실을 왜 굳이 꺼내야 했을까?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4년이 지난 얘기를 굳이 그 메시지에 꾹꾹 눌러 담았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가장 결정적으로 나에게 데미지를 준 부분은 페이스북에 그 행사명을 이번에 처음 거론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매번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느냐는 비난이었다. 도대체 뭐가 '매번'이라는 거지? 한 번도 그 회사와 그 행사를 거론한 적이 없는데.. 그저 코로나 19 초반에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한 것? 작년 총선에 선거 독려 커피 쿠폰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 것? 어버이날에 직원들 부모님께 꽃과 함께 용돈 지급한 것? 1년 내내 행사가 없었기에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 말고는 전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는데... 이런 게 그가 말한 '매번'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한다는 것인 건가?


사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면 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하루 종일 이 메시지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그분의 그 깊은 속이 매우 궁금하기는 하지만 차마 답 메시지를 보내지는 못했다. 어떤 오해가 있으셨겠지, 또 내가 모르는 나의 실수가 있었겠지, 매사에 주변을 돌아보며 꼼꼼히 살핀다고 하면서도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겠지.. 


그분이 거론한 그 행사를 포함하여, 2년간 5~6건의 대대행 업무를 했었다. 그 당시 매우 서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행사들 덕에 한 달 혹은 두 달의 운영비를 벌게 되어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 항상 있었다. 그때 그렇게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그 회사들에게 감사하고 또 주변 회사들에 작은 힘이나마 나눔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Epilogue]


아마도 오늘 이 일은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하루 종일 우울감으로 축 처져 있는 날이 오늘이 처음이다. 무한 긍정의 사나이이기 때문에 항상 모든 불행과 고난을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불멸의 재주가 있는 나도 이 메시지만큼은 쉽게 극복이 되질 않는다. 더 힘든 일도 많았는데 이까짓 메시지 하나에 이렇게까지 주저앉는 나를 보며 스스로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이면 다 잊고, 원래의 나로 다시 돌아와 초긍정 우주 최고 오지랖 투머치 토커로 복귀해야겠다. 여담이지만 메시지 하나로 이렇게까지 길게 글을 쓰게 될 줄은 진짜 몰랐다 ㅋㅋㅋ


사진은 프로불참러 조세호 패러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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