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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Feb 27. 2021

투머치토커의 하루

토크를 향한 열정 : 연예인급 스케줄


이 매거진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굉장한 투머치토커이다. 평소에도 토크를 사랑하지만, 어제 내가 소화한 토크 스케줄은 가히 연예인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어제 그 길고 긴 토크의 여정을 한번 간단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현재 작년 코로나로 회사의 일이 전멸이 된 상태에서 나름 1년간 공을 들여 지금 인천 모처에서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장기로 진행하고 있는 터라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장기 투숙 중이고, 어제의 일과는 바로 이 곳에서 시작하였다. 


09:30 - 10:00

우리가 투숙 중인 호텔로 손님이 찾아오신다는 소식에, 이 곳 호텔 담당하시는 여행사 대표님과 호텔 로비에서 긴급히 회동을 가졌다. 하필 손님이 오신다는 날짜가 연휴 기간이라 이 동네 호텔이 전체 만석이라 정말 어렵사리 방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로 호텔 객실이 여유가 있을 거라는 내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오히려 해외를 못 나가니 국내 여행이 급격히 늘어 최근 국내 호텔들은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00 - 12:30

전날 직원으로부터 긴급히 연락이 왔다. 직원의 지인은 영상 및 중계 회사를 운영하시는 대표님인데, 이벤트 기획사를 창업하는데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발 저더라 좀 말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이 프로 오지라퍼가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 바로 약속을 잡아달라고 해서 어제 오전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자세한 얘기는 별도의 글로 올릴 예정) 결론적으로 얼굴도 한번 본 적이 없는 그 대표님의 투자를 막는데 간신히 성공할 수 있었다. 2시간 반에 걸친 마라톤 설득을 통해 당장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스케줄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이후 정확히 세 시간 만에 다시 연락이 와서, 투자 철회에 대한 통보를 했고 회사 하나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덤으로 전해 듣게 되었다. 나이스!!


12:30 - 13:30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떠나 홍대 사무실로 이동을 하였다. 우리 같은 투머치토커들은 이 이동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출장으로 오랜 시간 얼굴을 보지 못한 아내와 통화를 하며, 그간 있었던 주변의 이야기들과 가족들의 근황에 대한 토크를 한다. 혹여 통화가 예상보다 조금 일찍 마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기면 이동 노래방으로 변신하면 된다. 운전 중 졸음을 쫓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13:30 - 14:00

회사에 도착하여 사옥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식사를 하며, 잠시 토크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토크 브레이크 시간 동안 뉴스와 주식, 카톡, SNS 등으로 머리를 채운다. 그래야 또 털 수 있는 소스가 충전이 되니까 (TMI : 너무 정신없어서 카페 커피 3잔 결제를 못해주고 왔음)


14:00 - 15:00

이제 본격적인 코로나의 시대를 맞이하여, 회사에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 제안요청이 쏟아진다. 총 3개의 팀 중 2개 팀이 인천 행사장에 나와 있는 관계로 1개 팀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가 무려 6개. 행복한 고민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하여,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였다. 


15:00 - 16:00

주요 고객사 담당자의 사무실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 1층 카페에서 미팅 자리를 가졌다.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와 신변잡기로 시작하여, 향후 벌어질 6개의 프로젝트와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 여러 가지 심도 있는 논의를 하다 보니 1시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16:00 - 18:00

2년짜리 장기 프로젝트의 플랫폼을 개발할 개발사들의 면접을 진행했다. 조금 전에 카페에서 미팅했던 고객사 담당자분이 직접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는 바람에 성대를 잠시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시간에 걸쳐 2개 회사의 면접을 마치고, 내부적으로 간단한 랩업 회의를 가진 뒤에 신속하게 해산!


18:00 - 20:30

이번 3월부터 시작할 신규 사업 관련한 담당자와 오랜만에 대면미팅을 하게 되어,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카페로 자리를 옮겨 신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과 스케줄에 대한 논의를 2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거친 뒤 아쉽게 헤어지게 되었다.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20:30 - 21:30

이번에는 또다시 홍대 사무실에서 인천 하얏트로 이동. 퇴근 시간은 좀 지났지만 그래도 강변북로는 여전히 차가 많아 다시 정체되어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낮 이동 시간에 미처 못한 몇몇 지인들과의 짧은 통화를 마치고, 또 남은 시간은 졸음을 쫓기 위한 <카미더머니> 시간. 하루 종일의 토킹으로 인해 목소리가 많이 상했기에 고음의 노래를 부르기엔 역부족이라 나 혼자만의 힙합 서바이벌 시간을 가진다. 물론 참가곡은 다소 올드한 지누션 <말해줘>, 김진표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보이비 <호랑나비>, ART <슬픈 얼굴>, 듀스 <약한 남자>이지만... 중년 래퍼! yo zery.kim let's get it!

 

21:30 - 23:00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도착해서 인포에 있는 직원들과 간단히 담소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쉬려던 찰나 룸메이트인 직원과 뜻밖의 백분토론을 하게 되었다. 중고로 '미니'를 사겠다는 직원과 그것을 말리려는 나와의 숨 막히는 설전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자세히 기술하기는 어려우나 결국 '가성비' 보다는 '감성비' '가심비'를 선택한 30대 남자 대리님의 의견을 꺾지는 못한 채로 어제의 마지막 토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수많은 투머치토크의 날들을 뒤로하고, 아마도 어제가 역대급으로 가장 많은 토크를 한 날이 아닌가 싶다. 09:30부터 23:00까지 총 13시간 30분 동안 온전히 목소리를 내지 않은 시간은 채 3시간 남짓. 거의 10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토크를 하였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개운한 하루가 되었다. 토크 하나하나가 나름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었고, 잘 짜여진 스케줄로 인해 깔끔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어 매우 보람찬 하루가 되었다.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호텔의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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