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는 못 하겠습니다. 크크.
가끔 활동하는 카페에 댓글을 정성껏 달곤 한다.
누군가 아이의 진로 고민을 올렸다. 아이의 현재 학업성적과 관심사 그리고 진학 가능한 대학 여부 등을 묻고 있다. 부모인 자신이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사실 관심도 없어서 잘하고 있는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아이의 관심사가 내 전공분야라서 눈길이 갔다.
어느 댓글을 보니 이렇게 쓰여있었다.
-- 걱정 말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이냐. 무인도에 살아도 본인만 열정이 있고 하고자 하면 다 하는 세상이다. 불안해하지 말고 아이 격려해주면 스스로 길을 찾아낼 것이다.--
우왕... 진짜 좋은 말이다... 얼핏 보면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의 한 대목 같았다. 부라보~~~~~는 무슨...
흥. 개뿔....
오글 조글 꼬인 심사의 나는 짜증이 났다.
나도 댓글을 달아주었다.
--관련 전공자인데 이러저러하게 도와주면 좋을 거 같다. 제아무리 날카로운 송곳도 공구함에 넣어두고 잠가두면 그 무엇도 찌를 수 없습니다. 최소한 주머니 안에는 넣어두어야 뭘 찔러도 찌를 것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이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며칠이 지난 뒤 다시 카페에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내 댓글 밑에 대댓글이 달려있다.
--관련 전공자라고요? 아닌 것 같다. 전공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송곳 이야기를 하는 거냐. 송곳이 왜 여기서 나오냐. 좀 웃긴다....
까암짝 놀랐다. 그 댓글에 화가 나서 반박하려는 내 모습에 까암짝 놀랐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악플은 더 다양했다.
전공자라는 걸 인증해야 하나? 아니 내가 왜? 송곳 이야기가 이상했나? 고 정도 비유가 내 수준인걸? 한 십 분은 댓글을 달지 말지 고민했다.
하..... 이런 유약한 심리로 유튜버는 못하겠군....
잘 가라.. 실버 버튼... 크크크.... 아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