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뇌당하지 않아.
오랜만에 몇몇이 모여 커피를 마셨다. 정말 별로 안 좋아하는 분위기인데 그냥 그날은 얼떨결에 같이 어울렸다. 자. 오늘은 누가 내 기를 빨아가시려나....라는 생각과 상관없이 커피맛은 기똥차게 좋았다.
"그럴 땐 이렇게 해야지.. 원래 남편들은...."
한 분이 현명하게 남편을 조련? 하시는 법을 설파하고 계셨다. 그분 전공이 남편학도 아닌데 조예가 상당히 깊으신 듯했다. 말씀으로는.
남편을 넘어 시댁 식구들 상대법까지 말씀하시고 계시다.
조금 있으면 전 인류를 아우르는 통치법을 말씀하실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안다.
그분의 가정사를. 그분은 그야말로 돌멩이를 던지고 가서 물어와! 시키면 진짜 달려가 물어올 만큼 기질이 순종적이고 아량이 넓은 남편과 살고 있었다. 하물며 그 시댁이야... 메이드 인 시댁!!!!
본인의 개입 이전에 이미 99% 부인 특화 남편을 만나셔놓고는 남편과의 갈등을 현명하게 푸는 법을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다.
기본값이 다르다는 걸 모르시고 어쩌면 본인보다 더 거칠고 험난한 역경을 잘 이기고 있는 분들에게 훈수 두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가진 자는 이미 가진 줄을 모르고 없는 자는 이미 잘해나가고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내 눈과 내 머리로
남이 보는 것과 남이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려 할 때는 충분히 신중해야 하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