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꺽꿀이보다 강해요.
"하지만. 스승님. 제가 어찌 꺽꿀이를 이긴단 말입니까! 저는 스승님 밑에서 배운 거라곤 십 년 동안 밥 짓고 빨래한 게 전부인걸요!"
머털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누덕도사에게 울음 섞인 원망을 쏟아냈지만 누덕도사는 잔잔하게, 조금은 슬프게 대답했다.
"아니다. 머털아. 넌 이미 모든 것을 다 배웠느니라. 너는 반드시 꺽꿀이를 이긴다."
머털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누덕도사를 쳐다봤다.
아직도 일 년에 몇 번은 찾아보는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인 머털이의 한 장면이다. 왕질악 도사에게 몇 개월 배운 실력자 꺽꿀이와 대결을 하게 된 머털이가 자신은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스승인 누덕도사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또렷이 떠오른다. 머털이를 보면 타산지석이란 말이 짝꿍처럼 생각난다.
십 년 동안 가사노동? 만 시킨 누덕도사는 왜 머털이가 반드시 이긴다고 했을까.
다른 사람을 참고로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교훈 삼겠다는 뜻으로 알려진 타산지석이 나는 왜 못마땅한 걸까.
(타산지석은 남의 허물을 보고 스스로를 다잡는다는 의미로 많이들 해석하십니다.)
머털이는 타산지석이다. 적어도 꺽꿀이에겐.
도대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십 년이란 세월을 밥 짓고 빨래나 하며 뭘 하고 있는지 답답할 지경이다. 심지어 머털이 조차 나를 여기서 좀 벗어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으니 말이다.
꺽꿀이는 누덕도사의 집에서 미련 없이 일어나 왕질악 도사에게 향한다. 불쌍한 녀석. 한심하군. 나는 왕질악 도사에게 제대로 배워 일인자가 될 테다. 야무지게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누덕도사는 그런 야무진 꺽꿀이를 허술하기 짝이 없는 머털이가 반드시 이긴다고 했다. 그리고 왕질악 도사조차 꺽꿀이에게 너는 머털이를 이기지 못한다고 장담하고 있다.
만화의 끝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꺽꿀이보다는 머털이가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끝을 모른다면?
나는 가끔 힘들고 앞이 캄캄할 때면 누덕도사의 제자 머털이가 되어본다. 십 년을 하루같이 매일을 성실하게 일상을 살았다. 하루도 허튼짓을 하지 않고 내 책임을 내던지고 도망치지 않았다. 꾸준히 밥을 짓고 빨래를 했다. 누군가 본다면 미련한 것. 저길 버티고 있구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쁜 마음먹지 않고 내게 주어진 상황을 감내하며 하나의 소원만을 향해 살아냈다. 누가 나를 하찮은 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나를 가져다 자신의 빛나는 성과를 드러내려고 할까.
나는 돌이다.
떠들지 않고 감내하며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를 안으로 안으로 단련하여 누구와 부딪친대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나를 하찮게 평가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단단한 나를 깨뜨리지 않고 도리어 그를 갈아버릴 힘이 있는 돌이다.
나는 빛나는 옥이 아니어도 세상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돌이다.
위대한 만화 "머털이"의 내용이며 정확한 대사는 아님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