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럴까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지금 나의 위치가 한눈에 파악된다.
회피하지 말고 지금 있는 곳에서 성심껏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훌륭한 의미도 되겠지만
-생각이 많고 회피하는 반골 기질-인 나에게는 그리 좋게 해석되지 않는다.
나의 글쓰기가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어서 오늘도 제멋대로 생각을 늘어놓겠다고 뻔뻔하게 다짐했다.
일단 내가 도망쳤다는 증거는 없다. 나는 단지 다른 도전을 시도한 것일 뿐이다.
역사 이래 얼마나 많은 위인들이 이 다른 도전을 통해 인류사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다줬는지 말하기도 배고프다. 물론 내가 그런 위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인생 안에서 나는 에디슨이며 갈릴레이다.
낙원은 또 어디인가. 내가 어떤 곳을 낙원이라고 말하는지 나 외엔 아무도 모른다! 나에겐 나만의 '낙원'이 분명히 있지만 그걸 나 말고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까 나는 만족해도 '에게게. 그게 무슨 낙원이냐. 정신승리하는 구만.' 이렇게 비웃어도 '아니거든. 낙원이거든?' 대꾸해 주는 것도 의미 없는 짓이다.
도망을 친다는 것은 아직 힘이 남아 있다는 좋은 자세다. 꺾이고 치이고 상처받아도 나의 상황을 모르는 문구 하나에 이를 악물고 버티거나 아니면 무기력하게 이 고난이 지나가길 바라지는 않는다.
도망을 친다는 것은 저 무의식 한편으로 승산 없는 싸움이라는 계산이 나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생은 도달이 아니라 여정이라는 것을 언제고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