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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죄가 있다.

알지 못한 죄는 더 많다.

by 돌터졌다

지은 죄가 있다.

가톨릭 신자이니까 고해성사를 하러 가야 하는데 신부님이 내 목소리를 기억하실 것만 같다.

이 역시 죄지은 자의 마음이다. 평일 미사는 못 드리니까 이번 주일이 오기 전에 새벽 미사라도 가야 한다 싶었다. 내 죄를 처리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을 찾는, 이 역시 죄지은 자의 사악한 마음이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전날 미리 감은 머리를 정갈하게 빗어 묶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격식 있는 옷으로 챙겨 입었다. 내 죄를 처리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대략 이 정도로 정성스럽습니다라고 하는 간교함이다.


차를 타고 옆동네로 간다. 나 좀 완벽주의인가 봐. 내심 기특해하면서 설레기까지 한다. 죄를 용서받기 위해 출발한 이 길이 설레다니, 난 어쩔 수 없는 악인인가 봐. 금세 풀이 좀 죽었다.

도착한 성당에 아무도 없다. 새벽미사라고는 하지만 정말 아무도 없었다. 작고 허름한 성당은 처음 들어가 봤다. 여태 크고 쾌적한 성당만 다녔던 나는 좀 당황했다. 대도시의 성당은 비슷비슷할 줄 알았던 것이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자 몇몇 신자분들이 들어오셨다. 대개 할머니들이셨는데 미래의 나도 새벽에 일어나는 할머니이길 바랐다.

마침내 미사 전에 고해성사를 드렸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오니 날이 밝다. 새벽에서 아침이 됐다. 나는 무엇으로 변했나.

집에 돌아오는 내내 기묘한 자세로 발을 절뚝거렸다. 새로 산 신발에 양 뒤꿈치 살갗이 홀랑 벗겨졌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당분간 목욕탕은 못 갈 지경이었다.

신발은 발을 위해 산 것인데 뒤축을 구겨 신으면 이렇게 안 됐을 것을 아픔을 참으면서도 신발을 곱게 신었다.

신발을 지키고 양 뒤꿈치의 살갗을 내줬다.


이렇게.

알지 못한 죄는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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