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달렸습니다

이전에 못하던 걸 하게 됐을 때

by 김시온

거의 2년 가까이 미라클 모닝을 해서 독서와 글쓰기를 했다. 삶이 완전히 변했고 실제로 변한 것이 체감이 됐다. 재미 없던 나는 한껏 더 진지해지고 재미없어졌는데 대신 진중함과 무게감 있는 사람이 됐다. 내 미래가 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10년 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마케팅 회사를 들어갔다. 콘텐츠 마케터로 지원했는데 면접 중 내가 하는 말을 듣던 우리 실장님과 대표님이 내 열정과 성공욕구를 보시고는 퍼포먼스 마케터로 다시 면접보게 했다. 덕분에 지금은 퍼포먼스 마케터가 뭔지도 모르던 사람이 다른 대표님의 성공을 위해 광고를 하고 있다.


2023년부터 매년 삶이 급변하고 어느덧 2025년 중반을 넘어 9월에 이르렀다. 하고 있는 일 때문에 밤 12시까지 잠을 자면 안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태 하던 미라클모닝도 못하게 됐고 독서도, 글쓰기도 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독서모임도 못하고 못하는게 왜이렇게 많은지, 또 나는 왜 이렇게 바쁜건지, 하루하루 스트레스로 말라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달리던게 생각나서 집 근처 구민운동장 트랙을 달렸는데 이게 웬걸, 스트레스가 씻은듯이 개운하게 사라졌다. 처음에는 3km만 뛰어도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5km, 6km, 10km까지 뛴다. 오늘 10km 뛴 것까지 총 10km를 5번이나 뛰니까 이전보다 속도도 빨라졌고 안정적이다.

가끔 그렇게 뛰면 뭐가 좋냐는 질문을 받는다. 체력이 좋아진다는 뻔한 대답 말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내 결론은 이것이다.

"내가 그 힘들다는 10km를 뛴 사람인데 뭔들 못해"라는 정신이 생겼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조금만 더 가면 완주라는 희망을 품은 채 키워가는 인내심이 나에겐 무기가 됐다. 이전에도 정신력과 인내심은 있었다. 다만 읽고 쓰고 말하고 표현하면서 키웠던 힘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다. 하지 않던 것에서 느꼈으니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독서와 글쓰기를 힘들어서 안하게 됐는데 이제는 못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한동안 손 떼고 있던게 원인이다. 이에 억울함을 느끼고 더 열심히 뛰게 됐다.


다시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또 언제 다시 브런치에 글을 올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나는 스레드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고 이전에 썼던 글을 다듬으며 에세이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직 하기전에는 올해 상반기에 꼭 책을 내고 싶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이때 참 위안이 됐던 이동진 평론가의 말이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되 인생은 흘러가는대로" (였던 걸로 기억한다.)

글은 꾸준히 쓰고 있고 수정도 꾸준히 하고 싶다. 또 핑계 대고 안 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생각날 때 글 쓸수 있는 필력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 글이 마무리 되는대로 또 일을 해야한다. 잠깐이긴 하지만 광고주한테 오늘 소진한 광고비에 대해 마감 보고를 해야 한다. 일을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는 어쩔수 없는 직장인이지만 '내가 그 힘들다는 10km를 뛴 사람인데 뭔들 못해' 정신으로 일하고 미뤄왔던 에세이 작업을 조금만 더 하다가 자려고 한다. 이전에는 방전 됐을 체력이지만 이제는 열심히 러닝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뀐 내 계란 한판 나이에 체력 이슈는 없어야 한다. 아직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용량 적은 배터리로 살아갈 수 없다.


힘들어서 달렸고 그렇게 용량을 키워 절대 걱정 없는 보조 배터리가 되어가는 중이다. 급변하던 2023년 이후의 삶을 돌아보니 이전에 못하던 걸 하게 됐을 때 내 성장은 이루어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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