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할 때 쓰는 글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일 때문에, 또는 겨울이라 운동을 못한다는 핑계를 대고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다. 운동하면 기분 좋아진다는 것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잘 아는 느낌까지 삼켜버리는 요즘, 몸과 마음이 배고프다.
바빠서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돈이 없어서 거르기도 하고 돈이 아까워서 거르기도 한다. 귀찮아서 거른 적이 많던 과거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버틸만한 거다. 이로써 바빠서 운동도 안 하고 끼니도 거르는 성인 남성이 돼버렸다. 체력은 10km를 뛰던 체력으로 근근이 버텨가고 있다. 내 다정함도 근근이 버티는 체력에서 나온다. 이제 머지않았다. 배고프고 힘들어서 나오는 예민함에 나 스스로도 놀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끊임없이 내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지금 내 기분은 어떤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당장 해야 할 것들을 처리함으로써 잠시동안은 예민한 것도 모른 채 각성 상태로 있을 수 있다. 물론 각성 상태가 끝나면 피곤과 허기짐은 파도처럼 몰려온다. 그 이후는 별거 아닌 일에 좌절하고 나를 깎아내린다.
"왜 이것도 몰라 바보야", "얼마나 멍청해야 이렇게 되냐"
퇴근할 무렵, 혼자 남는 사무실에서 내가 나에게 하는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비수로 꽂힌다. 우울이라는 바다에서 허우적거릴 때 이전에 읽던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책에서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 다시 정신 차리고 억지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잠깐의 위로가 끝나면 먹은 건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술냄새나는 1호선 전철에 몸을 맡긴다. 유튜브 숏츠를 보며 저렴한 도파민에 뇌를 절여 놓는다. 전철에서 내릴 때면 집 가는 길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겨울이지만 너무 춥지 않으면 굳이 버스를 타지 않으려 한다. <걷기 예찬>이라는 책이 있는데 읽어보진 않았지만 자주 가던 동네 책방 사장님이 입구 벽면에 책 속의 한 장을 붙여놓으셨다. 얼핏 기억나는 부분은 걷기는 많은 생각을 정리해 주고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준다고 적혀있다. 많은 책에 적힌 좋은 내용 중 요즘 유일하게 실천하는 것이 있다면 걷기다. 걸으면서 가사 없는 음악을 들을 때 평온함을 느낀다. 가사가 있으면 팝송이거나 CCM(기독교 음악)을 듣는다. 집까지 15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다시 긍정을 되찾고 집에 들어간다.
마침내 들어간 집은 아늑하고 편안하다. 비록 추가로 해야 하는 업무들이 스트레스 받게 하지만 직업적인 특성이니 어쩔 수 없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긍정의 마음이 휘발되기 전에 글자를 읽는다. 예전에는 읽고 쓰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이제는 읽기만 해도 대단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오늘은 내 힘든 삶을 글로써 배설하며 크나큰 칭찬을 해주고 싶다. 소비자의 삶에서 생산자의 삶을 꿈꾸며 마케팅을 시작했고 의도치 않게 콘텐츠 마케팅이 아닌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게 되면서 생산의 가치가 굉장히 올라갔다. 이제 글 쓰는 일이 나에게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쓰고 나면 한결 후련한 마음이 든다. 읽고 쓰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왜 이렇게 타이핑하기 힘들까. 연필로 정성 들여 쓰는 글보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이렇게 글 쓰는 게 분명 쉬운데 나에게는 똑같이 어렵다. 나와 같은 시기를 겪는 많은 청춘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나도 당신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제법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힘들면 걸어보세요. 어지러운 마음이 정리가 됩니다. 정리된 마음에 힘이 조금 남아있다면 지금 심정을 글로 풀어내 보세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어 놓을 수 있습니다. 우리, 내일 아침은 지금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좋은 꿈 꾸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