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구매하는 고객 만들기
여러분에게 부자가 되는 방법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 있는 250페이지짜리 책을 파는 사람이 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사람이 그 책을 10만 원에 판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여러분들 중 열의 아홉은 아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절대 안 산다고 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미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자기 계발서는 시장에 넘칠 만큼 많고 그 책들 또한 잘 만들어졌다고 칭찬이 많은 책들이거든요.
만약 여러분이 제안을 들은 사람이 아니라 제안을 직접 한 사람이라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으신가요. 열의 아홉이 안 산다고 했으니 '가격이 비싼가?', '내용이 별로인가?' 고민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판매할 때 판매 하는 스마트폰이 비싼지 의문을 품고 판매하진 않습니다. 디올이나 프라다 같은 수많은 명품들도 자신들의 제품이 비싼가 의문을 품고 판매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판매자라면 10만 원짜리 책도 전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고객들이 여러분의 상품의 가격을 맞닥뜨리는 순간은 여러분이 정하셔야 합니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비싸거나 싼 상품은 없습니다. 상품이 고객에게 노출되고 구매하기 전까지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10만 원짜리 책이 비싸질 수도, 쌀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500만 원짜리 액세서리를 할인해서 390만 원에 판다고 하면 싸다고 바로 구매하는 사람이 있고 여전히 비싸다고 말하며 관심 갖지도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액세서리는 변한 게 없습니다. 다만 할인된 가격을 접하기 전, 고객이 인지하고 있던 정보를 기준으로 비싼지 싼 지 구분한 겁니다.
절대적으로 비싸거나 싼 상품은 없지만 이왕이면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들도 많으면 좋겠죠. 제가 구매했던 경험에 대해 얘기하자면 전자책을 구매할 때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들어간 사이트에서 상세설명을 읽다가 스크롤을 거의 다 내렸을 때 쯤 10만 원이라는 가격이 나왔고 가격 공개 이후에 반드시 사야 하는 이유(세일 마감/많은 사람의 구매후기/구매했던 사람들의 다른 상품 구매 등)를 알려주며 구매하게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가격을 들이밀면 누구나 구매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겠죠. 더군다나 전자책이 10만 원이라뇨. 그런데 가격 공개 전까지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으로 이미 상품에 유혹당한 뒤였습니다. 더 이상 10만 원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이어서 일식집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일식집 사장님이 객단가를 올리고 싶어 했지만 당장 객단가를 올리면 사람들이 비싸다고 할까봐 단골들 마저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올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직원이자 가족인 아내와 딸의 월급을 줄일 순 없었습니다. 일식집 창업을 반대하던 가족들을 설득해서 겨우 같이 하게 된 가게였거든요. 사장님은 세일즈 컨설턴트에게 컨설팅 문의를 하게 되고 컨설턴트는 메뉴 가격 구성을 물어봤습니다.
"세트 A : 3만 원, 세트 B : 4만 5천 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바꿔보시죠 세트 A의 메뉴를 2가지 정도만 추가해서 5만 원을 받고 세트 B는 4만 2천 원으로 바꾸고 기존 세트 A메뉴 구성으로 세트 C를 만드는 겁니다."
세트 A : 5만 원 / 세트 B : 4만 2천 원 / 세트 C 3만 원
고객들은 저렴하게 먹고 싶으면 세트 C를 먹을 것이고 좋은 날 더 풍성하게 먹고 싶으면 세트 A를 먹을 겁니다. 단골들은 세트 B의 가격이 할인 됐다는 걸 알아챌 것이고 기분 좋게 세트 B를 드실 수도 있습니다. 객단가가 올라갔지만 고객들은 그리 부담되지도,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전 선택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객들과 이렇게 심리전을 벌여야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계획 안으로 스며들어옵니다.
기존 상품이 팔리지 않아서 새로운 상품을 당장 개발 하기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저렴하게 내놓아도 폭발적으로 고객이 늘어나지도 않을 겁니다. 고가라는 이유로 팔리지 않거나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제안의 순서를 바꿔봅시다. 상품의 설명을 매력적으로 포장해서 변한 적 없는 상품을 새롭게 단장된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 수도 있고 기준점을 높여서 그 외 상품들이 저렴하게 보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설득의 기술에 관한 글을 볼 때 '쉬운 부탁도 잘 안 들어주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글의 요점은 일단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을 먼저 하고 그다음 쉬운 부탁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10만 원을 빌려야 할 때 3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이 부탁을 들은 친구는 부담을 느낍니다. 갑자기 내 돈 30만 원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그러나 이어서 30만 원이 안되면 10만 원이라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이를 들은 상대방의 마음은 약해집니다. 30만 원보다 10만 원이 훨씬 적은 금액이고 앞서 거절했는데 또 거절하면 미안해지니까 빌려주겠다고 말하게 됩니다. 30만 원을 기준으로 두고 3분의 1인 10만 원으로 흥정을 한 겁니다. 갑자기 30만 원을 빌려줘야 하다가 10만 원으로 줄면 스트레스도 3분의 1이 될 겁니다.
누구든 일단 비싼 금액을 들으면 바로 발길을 옮길 고객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일단 낮은 가격을 소개하고 적당한 관심을 보이면 서서히 단가 높은 금액대 상품으로 하나씩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