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필리핀 문화 이야기
지프니(Jeepney)는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다. 한국에서는 마을버스와 유사한 개념의 교통수단이라 하겠다. 지프니는 화려한 장식으로도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은 미군 지프를 개조하여 만든 것이 유래가 되었다. 지프니는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필리핀의 국가 이미지로도 전시된 바 있다. 필리핀의 약 60만 명이 지프니 운전수라고 한다. 한국에는 마을버스 종점이 있다면, 지프니는 출발점과 도착점만 존재한다. 지프니의 측면에 어느 구간을 가는지 안내가 되어 있다. 승객들은 그 중간에 어디서나 타고 내릴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지프니 운전수는 손님을 더 태우기 위해 사람들이 보이면 속도를 줄이는 습관이 있어 여느 교통수단에 비해 느리다. 또한 일정 고객이 타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마음 급한 경우는 비싸도 트라이시클을 이용하게 된다. 요금은 기본 구간이 약 10페소로 굉장히 저렴하며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타거나 학생증을 보여주면 요금이 약 2페소 정도 할인된다. 지프니의 입구는 맨 뒤에 개방형으로 있다. 요금은 운전수에게 직접 내야 하기 때문에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요금을 전달해서 내고 거스름돈도 다시 승객들이 전달해 준다. 요금 내는 것도 느긋하게, 거스름돈도 잔돈이 생기면 운전수가 계산해서 준다. 창문이 없이 뚫려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창문 위에 붙은 두꺼운 투명 비닐을 커튼처럼 내린다. 미군이 있었을 때야 튼튼한 지프니를 이용했겠지만, 지금은 양철로 자동차 모형을 만들어 지프니가 조립되는 형식이다. 운전수 옆에 페트병으로 연료통을 만들어 운전하는 분을 봤는데, 연료도 어디에서 만들어진 초록빛, 빨간빛의 연료여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최근 마닐라에서는 환경을 생각하여 전기 지프니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소도시라 번잡하지 않지만, 대도시에는 지프니 맨 뒤에 차장이 있어 요금을 받고, 사람을 태우고 하는 일을 한다. 예전 우리나라의 ‘오라이~’ 차장 언니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오라이는 all right으로 차를 후진시킬 때 뒤쪽에 서 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일본식 외래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