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필리핀 문화 이야기
파티, 생일 등 기념일에 먹는 음식 중 하나는 팔라복(palabok)이다. 팔라복을 “salsa na malapot”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자연에서 만든 끈적한 소스를 의미한다. 팔라복의 소스 색은 밝은 오렌지 빛깔인데 과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돼지고기 육수, 새우큐브(새우 다시다), 간 돼지고기, 안나토 가루를 섞은 것이다. 필리핀에서 빤씻이라고 하면 볶은 면 요리(우리나라 잡채와 비슷함)를 의미하는데, 팔라복에서는 아주 얇고 반투명한 비혼이란 쌀면을 사용한다. 팔라복에는 소스 위에 새우, 오징어 등의 해산물, 삶은 달걀, 치차론(돼지껍데기 다진 것을 기름에 튀겨낸 것, 바삭거리는 식감이 스낵과 유사하다) 등을 올린다. 조리법은 면과 소스 조리로 나뉜다. 면은 아주 간단하다. 물에 비혼 쌀면을 약 15분 동안 담가 두면 된다. 소스는 기름에 간 돼지고기를 볶다가 물을 약 3컵 붓고 안타노 가루 한 스푼을 넣는다. 그 후 새우 큐브(다시다) 1개를 넣고 끓인다. 소스를 묽게 하게 위해 밀가루 6스푼을 넣고 액젓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면 위에 소스를 붓고 고명으로 삶은 새우, 치차론, 삶은 계란, 파 등을 올리면 된다. 여기에 깔라만씨 한 개를 즙을 내어 뿌리면 상큼한 맛이 난다. 필리핀에 와서 적응이 잘 안 된 음식이 몇 개 있는 데 그중 하나가 팔라복이였다. 3시 경이되면 간식을 먹는다고 팔라복을 먹는 분들을 봤다. 팔라복은 시원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음식이다. 미지근한 소스에 상온에서 불린 면을 먹는다는 것이 맛있을 것이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팔라복은 나에게 별미가 되었다.
*안나토 가루(annatto)는 안나토 씨에서 만든 천연 식용색소로 붉은 색을 띈 주황색을 만들어 낸다. 안나토 가루에는 맛도 있는데 살짝 견과류 맛에 달콤하면서 후추와 비슷한 매콤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