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필리핀 문화 이야기
필리핀의 언어와 문화 속에는 ‘po’라는 작고도 중요한 단어가 있다. Po는 문장 끝에 붙는 enclitic particle로, 공경과 예의를 담아내는 표현이다.
한국어로 치자면 존댓말의 어미처럼, 어른이나 윗사람에게 존중의 마음을 담아 말할 때 쓰인다.
한국은 공경을 표현하는 단계와 방식이 무척 세밀하고 다양한데, 필리핀은 이 po 한마디로 그 마음을 전한다.
재미있는 것은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를 쓸 때도 자연스럽게 po를 덧붙인다는 것이다.
"Hello po," "Thank you po," "Sorry po."
영어라는 외국어 속에서도 예의를 잊지 않는 이 모습이 참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때로는 조금 씁쓸한 순간도 있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영어로 말할 때 po를 빼거나, 심지어 따갈로그로 말하면서도 po 없이 툭툭 던지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조금 서운해진다.
특히 어린 세대일수록 이러한 공경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쉽고 안타깝다.
나는 po가 단순한 언어습관 이상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는 필리핀의 아름다운 생활문화의 유산이 담겨 있고, 존중과 겸손의 정신이 녹아 있다.
세대가 바뀌고 언어도 변하지만, 이런 따뜻한 문화는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한다.
부디 다음 세대의 아이들도 po 한마디에 담긴 마음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전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