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ulan 비의 계절, 하늘이 주는 선물

그림이 있는 필리핀 문화 이야기

by 짜이온



필리핀의 우기(Tagulan)는 대개 6월경부터 시작되어 11월까지 이어진다.

한 해의 절반을 건조하고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뒤로 물러나고, 하늘은 부드러운 빗줄기로 땅을 적신다.


바로 얼마 전만 해도, 태양은 대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한낮의 온도는 45도에 육박했고, 그 열기는 도시의 골목마다 스며들었다.

그런데 이제, 마치 ‘수고했다’고 말하는 듯, 하늘은 시원한 비를 선물한다.


비가 내리면 공기는 맑아지고, 온도는 뚝 떨어진다.

섭씨 25도에서 26도 사이.

얼마나 반가운 변화인지 모른다.

그러나 급격한 온도 변화는 때로 사람들을 감기로 이끈다.

특히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이 시기엔 환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기온 변화는 단순한 계절의 전환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기는 마치 축제 같다.

길거리에서 윗옷을 벗고 빗속을 누비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흔하다.

아이들은 빗물을 맞으며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은 마치 자연이 내리는 선물로 샤워를 하는 듯하다.

한껏 흠뻑 젖은 채 깔깔대는 웃음은 하늘과 땅을 잇는 음악처럼 울려 퍼진다.


지금은 바로 그 Tagulan의 한가운데에 있다.

요즘은 매일 저녁 무렵이면 빗방울이 굵어지고 거센 비가 내린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저녁 어스름이 깔릴 무렵, 굵은 빗줄기가 거리를 적셨다.


빗소리를 들으며 문득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다.’

하늘이 박수를 쳐주는 것 같다.

그 박수는 시원하고도 따뜻하다.


Tagulan —

그저 비의 계절이 아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하늘의 위로요, 작은 축복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 축복은 우리 곁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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