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그 붉은 석양을 내 눈 앞에서
그 호텔 앞은 세렝게티의 초원이 딱 펼쳐져 있다. 그리고 늙은 버팔로는 매번 비슷한 때 저녁 즈음에 나타나 느릿느릿 풀을 뜯기도 하고 아주 천천히 창문 앞을 가로 질러 갔다. 지금도 이쯤 되면 그 버팔로는 그 쯤을 가고 있을 거다. 사실 그 버팔로의 나이는 모른다. 다만 그 걸음걸이 모양새가 노인의 모습을 연상시켜서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해질녘의 세렝게테 초원 - 점점이 찍힌 건 먼지가 아니고 새들이다. 들판의 수풀 가운데 쯤에 버팔로가 있다.
그 때는 해질녘이라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봤던 붉은 하늘이 들판에 드리울 때다. 아프리카의 일몰은 어느 곳에서도 본 적 없는 일몰이다. 그 붉은 색은 여느 휴양지에서 보던 불타는 듯이 선명하게 붉은 석양도 아니고 예전에 아리조나에서 보았던 온 하늘이 알록달록 붉던 그 압도적인 일몰 같지도 않다. 태양은 지평선으로 멀어지고 붉은 빛은 인상파 그림 같이 흐릿하게 붉으며 그 면적은 수평선 대부분을 덮는다. 특히 다른 점은 흐릿하게 붉은 색이라 희한하게 몽환적이고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는 거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처럼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곧 울려퍼지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저 멀리서 사냥을 다녀오는 모습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깨는 설명을 하자면 미세먼지 어플에서 우연히 보게 되어 어느날인가는 세렝게티의 미세먼지 수치가 꽤 높은 것을 알게 됐다. 질소니 아황산가스니 그런 것 보다는 아마 말 그대로 흙먼지 때문에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대기에 먼지가 가득한건 사실이니 그 먼지를 통해 대평원의 지평선에서 빛이 산란되는 과정이 우리 눈에는 그렇게 들어오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아무려면 또 어떤가. 그런 감정을 끌어내고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 볼 수 있는 그 순간을 가만히 누릴 뿐이다. 가끔 일상에 치일 때면 머리 속에서 음악을 틀거나 그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일상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현실의 온갖 사소한 고통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지금도 그 평원에는 저녁이 되면 늙은 버팔로가 느릿느릿 풀을 뜯고 저 멀리 붉으스름한 해가 넘어가며 사방에 몽환적이고 탁한 붉은 빛을 뿌리고 있을 거다. 그러면 내 머리 속에서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흘러 나오고 곧장 그 들판에 있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3y0esQe2B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