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친구를 만났다. 왠만하면 모든 걸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이지만 거의 중범죄에 가까운 이런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순화시키고 미화시켜서 이야기를 했다. 본질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가족들이 내가 알고 있는 그 가족이 아닌듯 하다. 주변에 돈을 빌리고 안갚고 흔히 유행하던 빚투의 주인공이 내가 됐나 본데...적당히 쿨하게 말하며 약간 어떻게 해야할지 등등 고민을 말했다. 친구는 일단 피해자들을 먼저 찾아가야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간의 손해에 대해서 의식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도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그래 그래야겠지. 충분히 공감하긴 하지만 이게 내가 해결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유가족까지 나선 판이니...
친구에게 면목이 없어졌다. 왠지 나는 좀 인간 수준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괜히 말했나? 하지만 혼자 안고 있기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커져 버렸다.
잠이 안온다. 창문에 어른 거리는게 꼭 사람 그림자 같다. 아니겠지만... 죄책감에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떡하지 연예인 빚투는 장난인 수준인데... 이건 거의 살인자의 아들이 될 판이다. 가족에 대한 배신감. 한편으로는 떨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걱정. 당최 이 감정들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혼란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저 창문에 어른거리는 저건 뭔가. 게다가 이상한 소리마저... 이건 내가 지금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할지라도 이건 진짜 인기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죽이고 거실 쪽 문을 살짝 열어봤다. 제법 덩치가 있어 보이는 실루엣이 문을 딸려고 애쓰는게 보였다. 오늘 회사로 찾아온 그 피해자, 나에게 복수하려고 찾아온건가. 어떡하지 격투를 벌여야 하나. 아니면 도망치는게 나은건가. 마음 먹고 왔으면 흉기라도 들었겠지? 맞설 수는 없을 것 같다. 방문 창을 최대한 소리가 안나게 열고 나간다. 앗, 흉기를 든 침입자와 눈이 마주쳤다. 젠장! 뒷문으로 나가서 냅다 뛰었다. 이면도로를 지나서 질주했다. 그러다가 바닥에 있는 뾰족한 것을 밟고 말았다. 넘어졌다. 너무 아팠지만 달릴 수 밖에 없었다. 곡선로를 지나서 다른 골목으로 숨었다. 낮이었으면 아마 핏자국 때문에 잡혔을 것 같다. 헐떡이는 숨을 억지로 누르면서 구석에 있었다. 헉..헉...... 날카로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세차게 내리치는 그림자... 헉..헉 신음 소리를 내면서 잠에서 깼다. 어두운 방에서 한동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