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어딘가의 시작
19살짜리 아이가 보험사기 범죄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3 나이에 생일이 지나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이름은 조영수, 원래 집안 환경은 그랬다. 엄마 아빠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늘 싸웠고 아빠는 그래서 외지에서 하는 일을 하고 한 두 달씩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는 무기력했다. 어렸을 때는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다. 자라면서는 학교라는 환경은 그에게 부적응을 낳게 했다. 우리나라 학교가 그렇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은 결국 무능력자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부적응의 길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겠나.
친구가 있었다. 보육원에서 지낸다. 그에게 쉽게 돈을 버는 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누굴 좀 만나러 가자고 했다. 학교 생활의 부적응도 끝을 모르고 갈 때. 누구라도 다른 길을 알려주는 건 신선한 바람 같은 거다. 그저 맡아주면 된다. 흔쾌히 나갔다.
대충 짐작은 했다. 칙칙한 사무실에 그가 보기엔 아빠 뻘 같은 아저씨. - 사실은 30대 후반이다.
어, 도진이 친구? 뭐 어려운 일 아니야. 위험한 일도 아니고.
네! 돈을 좀 벌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그래 좋아. 자동차 운전할 줄 아나?
아.. 아뇨. 19살인데.. 한 번도 몰아본 적 없는데요.
어, 그렇지? 괜찮아. 우리가 다 가르쳐 준다. 캬... 운전도 가르쳐줘. 돈도 벌어. 이거이 진짜 꿀 빠는 거 아니냐.
대충 들어보니 결국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보험사에서 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다치지도 않게 살짝 박으면 된다. 시내라서 그럴 일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찰에 잡힐 일이 없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다. 내가 사고를 고의로 냈는지 실수로 냈는지 그걸 어떻게 증명하겠나. 해보자 심지어 공짜로 운전면허증도 따게 해 주겠다는데 뭐.
그래도 자주 사고를 내면 경찰이 잡으러 오지 않을까요?
그런 일 있으면 내가 여기 있겠냐?
대충 설득이 됐다. 이제 이 일을 시작하면 내가 살고 있던 세상과는 완전히 결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이런 건 이젠 다른 세상이 되어 버리겠지? 별로 공부를 하지도 않았지만 저녁에 먹던 컵라면을 먹고 친구 거 뺏아먹고 하던 그런 철딱서니 없는 시절은 끝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발끝이 어디로 향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고 내 발끝은 이미 서늘한 그늘진 쪽으로 향해 있었다.
자 나가보자. 처음에는 내가 직접 가르쳐 줘야지. 실습하러 가보자.
이미 끝났다. 그저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은 정해지는 거다. 물결에 휩쓸리듯이. 물론 한 번 휩쓸린 물결에 영원히 있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한토막은 분명히 그 물결에 같이 휩쓸려가게 된다. 때론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의 지문에는 한 줄이든 두 줄이든 새겨지게 된다. 때로는 지문 전체를 말이다.
자 앞에 가는 차 쭉 따라가라. 그리고 속도를 내야지, 엑셀 밟아.
괜찮아 안 죽어. 과감하게 밟아.
쿵 하고 차량의 접촉이 발생했다.
주욱 밟아. 옆의 그 아저씨가 스윽 쳐다보더니 말한다. 이제 나가서 처리만 잘하면 된다. 둘 다 조금 아픈 듯이 나와.
뒷자리의 도진이는 그대로 있고 아저씨와 내가 나갔다. 나는 자동으로 예의 바르게 상대방 아주머니한테 죄송하다고 인사를 했다. 아저씨가 나를 보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식으로 말한다. 젊어 보이는 아주머니다. 놀란 듯했다. 좀 미안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막가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고의 사고 건은 이제 12건째다. 오늘은 대전으로 자리까지 옮겨서 두 건째 탐색물을 찾아서 백화점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맹수가 먹잇감을 찾듯이 배회 중이다. 코너를 돌면 차선이 좁아진다. 그러면 우회전을 한 차는 어쩔 수 없이 끝차선에서 안쪽으로 차선을 변경해야 된다. 뭔가 운전이 서툴거나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다거나 하면 여지없이 먹잇감이다.
하지만 오늘은 별 먹잇감이 없다. 벌써 두 시간째 빙빙 돌고 있다. 저어기 백화점 주차장에서 차 한 대가 나온다. 따라가 본다. 느낌이 온다. 코너 돌기 직전이다. 악셀을 밟고 바짝 붙여 본다. 낚시처럼 미끼를 문 느낌이다. 차선을 바꾼다. 깜빡이를 켜지도 않고 뒤차가 오는지도 모르고 천천히 말이다.
속도를 높여 한 번 콩, 뭔가 약한데 다시 한번 쿵. 차가 살짝 돌아간다. 됐다. 한 건 했다. 나의 13번째 건. 젊어 보이는 여자분이 내렸다. 나는 익히 하던 대로 뒷목을 살짝 잡고 내렸다. 너무 티 나지 않게.
차는 옆에 대시죠. 사진은 이미 찍었습니다.
이젠 이런 절차도 그냥 자동으로 생각하지도 않아도 저절로 전개가 된다. 당황하는 상대방, 이를 지켜보는 나. 상대방이 패닉에 빠진 사이에 돈을 버는 범죄. 이게 교통사고 보험 범죄의 핵심이다. 사기 행각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보이스 피싱도, 그 외에 고전적인 다른 사기도 말이다.
암튼 성공했다. 외제차에 부딪히고 상대는 차선변경을 했다. 일단 7:3부터 시작한다. 무조건 외제차가 이득이다. 외제차 같은 경우 특별 준비금이 있어서 일단 1~200은 지급하고 보는 게 보험사 관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량 렌트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때이다. 이 건도 대략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