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끝으로 끝은 시작으로
가해자 - 조영수
아 나의 13번째 건은 조용히 흘러가지 않는다. 상대편이 보험 처리를 거부한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보통 하던 대로 처리하면 서로 편할 텐데 아 씨 진짜 퉤! 똥 밟았다. 할 수 없이 진수 형님한테 물아봐야겠다. 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꾸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해요.
아 씨 뭐 그 딴 새끼들이 다 있어. 피곤한 새끼들이네.
한 번 더 안된다고 하고 설득해.
네...
다시 전화가 왔다. 아 진짜 끈질기게 나를 설득한다. 아 씨발 진짜. 경찰에 연락한다는데 이러다 감방 갈라나. 덜컥 겁이 난다. 진수 형님한테 다시 전화를 했다.
아.. 진짜 미친 놈들이네. 그걸 왜 안된다는 거야, 참.. 경찰에 연락한다 그랬다고? 끝까지 가겠다고?
너는 왜 사고 난 걸 다 말하고 다니냐?
......
아 그럼 다 준다 그래. 대신 절반은 그동안 네가 받은 돈으로 입금해. 네가 처리를 잘 못했으니 네가 처리해.
... 네, 알겠습니다.
결국 230만 원 가까이 토해냈다. 젠장. 그동안 번 돈이 한 5백만 원인데 그중에 100을 날렸다. 그래도 이 일만큼 쉽게 돈 벌리는 게 없다. 그래도 걱정이 좀 되긴 한다. 혹시라도 경고 들어올까 봐. 이제 이 일을 그만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좀 고민이 된다.
여자 친구는 뭘 그리 고민이냐며 그냥 똥 밞았다 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또 말처럼 쉽지 않다. 저런 진상?을 또 박게 되면 피곤해질 수도 있고 운 나쁘면 감방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 아주머니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직 앞 날이 창창한데... 다른 기술을 배워볼까. 근데 내 주머니에 지금 5백만 원 가까운 돈이 있다. 너무 쉽게 벌리긴 한다. 딱 2000만 챙겨서 마무리할까.
진수 아저씨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 이제 다시 광주 쪽으로 내려가 보잔다. 그래 여기서 마지막으로 딱 하고 마무리 하자. 지역도 달라졌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관성으로 돌아간다. 모든 것을 매번 판단할 수는 없으니 관성에 밀려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위험하고 끝이 보이는 일들인데도 앞서가는 동료 레밍이 절벽으로 떨어지면 따라서 떨어지듯이 전날의 레밍을 따라서 오늘의 레밍이 이어서 간다.
다음 날이었다. 모든 게 해결됐다고 믿었던 날이었다.
또 출근이다. 빡빡하다. 회사에서 있었던 그 직원과의 문제가 계속 생각이 난다. 아무리 말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그 문제들. 머릿속에서 뭉개 뭉개 피어난다. 그리고 좌회전을 하려면 차선을 급하게 변경하는 곳이다.
시간이 좀 늦었네 하고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꽉 막힌 도로들. 이쯤 끼어들어야 하는데 45도 각도로 차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 모르겠다 이젠 들어가야겠다. 이 정도면 알아서 피해 주겠지?
안 돼;;;;; !!!
콰아아아 앙,,, 차가 앞옆을 들이박고 거의 밀고 지나간다.
아 또 교통사고다. 할머니가 내린다. 이런 게 세상이다. 이 웅덩이를 피하려고 폴짝 뛰고 좋다고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나뭇가지가 내 머리를 친다. 피할 수 없다.
어떻게든 사고가 난다. 할머니와 도로가에 섰다. 경찰이 사진을 찍는다. 여전히 도로는 엉망진창이다. 차들로 가득 찬다. 서로 먼저 걸려고 야금야금 전진을 한다. 할머니는 내가 잘못했다고 말한다. 나는 또 내가 갈려는 것 알지 않았냐? 이러고. 망연자실이다. 또 사고라니....
인생의 고통, 사고, 낭패, 좌절 등 아무리 피해도 피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근데 그 할머니가 사실 다음 날 경찰에 신고까지 할 줄은 몰랐다.... 며칠 후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
경찰서 그 과장이란 자가 불친절할게 조사를 시작한다. 와이프도 같이 갔다.
옆에 다른 분이 계시면 안 되는데요.라고 불친절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경찰 이름표가 보인다. 김동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