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진다는 것

어른이 되어서 삐진다는 건 창피한 일인가

by ksoo


삐진다는 건 유치한 행동으로 치부된다. 대개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삐짐이라는 감정을 유치한 행동 혹은 감정으로 보고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이게 무시할 만한 감정 혹은 행동이 아니다. 때로 삐짐으로 인해서 빚어지는 행동이 생각보다 큰 후폭풍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먼저 삐짐은 행동인가 감정인가. 분명히 삐짐은 어떤 심리적 이유로 인해 빚어지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쟤 지금 서운하네.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삐졌다는 말을 많이 쓴다. 서운하다는 형용사다. 그럼 감정인 것 같은데. 근데 나 그러면 삐질 거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삐진다라는 말은 동사인가?


삐진 상태의 형용사, 삐짐으로 감정이 전이되는 동작을 의미하는 동사 두 경우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삐진다는 말은 서운함 혹은 수틀린 경우를 말하는 것 같긴 하다. 수가 틀린다는 것. 즉 상대방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고 혹은 상대에게 티 내지 않고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삐진다는 동사는 다소 소극적인 면이 있는 것이다. 상대한테 가서 야 나 삐졌다.라고 말하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말로 꽁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삐짐의 아류라고 해야 하나. 혹은 삐짐 행동 중 하나로 상대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소극적임으로 공격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게 유치한 감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주로 어렸을 때 많이 내보이는 감정이기 때문인 것 같다. 자기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삐짐이라는 방식으로 상대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그게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엄마가 내 오토바이 장난감을 사주지 않으면 삐지는 거다. 하지만 과연 성인은 이런 감정이 없을까?


삐짐이라는 것은 자기 욕구의 좌절을 표현하고 해결하고 대응하는 방식인 것이다. 삐짐을 대체할 수 있는 좀 더 성숙한 욕구의 좌절 대응 방식은 없을까?


1. 내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요구하기 - 좀 유치하게 느낄 수 있지만 네가 아까 나랑 같이 밥을 먹지 않고 다른 친구랑 먹어서 기분이 나빴어.라고 그냥 말하기.


2. 상대를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대하기 - 유치함 삐졌어? 같은 비난은 받지 않게 될 것이다.


3. 상대의 욕구와 감정도 생각해 보기.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절충 하기. 상대의 감정도 인정하고 meet in the half way 하는 거다.


4.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지는 말자. 상대도 결국 자기의 이익을 실현하려고 애쓰는 나와 같은 존재일 뿐이니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에서 크게 벗어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다음날 삐지는 상황에서 한 번 애써봤다. 쿨하게 행동하려고 했지만 참 쉽지는 않았다. 4번에 근거한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삐짐을 푸는 방법을 좀 더 연구해 보고 연습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젠간 쿨한 사람이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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