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불편하다
잘 알고 있는 얘기지만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 생활공간의 전형이라면 아파트의 주거 형태라 할 수 있다.
부지불식간 그렇게 되어 버린 듯하다. 많이 보급되었고 그 수만큼의 완력이 모여 일반화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무의미하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주거 형태는 다른 소규모 파생의 형태로 재생산 되고 있다. 아마도 이제는 내 옆 사람의 주거지 내에서의 행동 패턴을 쉽게 예상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반화 되어버린 보편적 가치에 대해 이견은 없다. 제약된 공간의 경제적,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는 훌륭한 대안이다. 그리고 획일화된 구조에서 삶은 속박 될 것이고 몰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점 또한 때 지난 비약이 되었다.
현대인에게는 주거 목적의 건축물을 제외하고서도 수많은 용도의 건축물과 다양한 공간에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거주 시간 또한 외부 활동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고전적인 패턴에 비춰 판단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또 집을 짓는다.
보편적인 가치와 일반화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혜택, 편의, 안전 등의 보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탈을 꿈꾸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집을 짓고 모험을 자행한다. 언제나 ‘다른 집’을 탐구하고 갈구한다. 보편적이라는 패턴을 벗어나면 ‘불편하다’라고 성토하면서 우리 몸이 체득하고 기억하고 있는 방식이 아닌 낯선 방식은 제 몸에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집을 짓는다.
아파트 단위 평면 그대로 단독주택을 짓는 다면 편리할까. 그것 또한 불편하다. 주택은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불편하다. 그런데 우리는 불편함을 알고서도 집을 짓는다. 설계만 잘하면 살아오던 아파트만큼이나 편리해질 것이라는 기대라도 하는 것인가. 그리고 거기에 더해 슈퍼 알파라도 기대하는 것일까.
아니다. 좀 더 편안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원해서 집을 짓고 있다.
건축가는 편리한 집이 아니라 좀 더 편안한 집을 구상한다. 그게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이다.
20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