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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영재 Jul 17. 2018

건축가도 공사비는 몰라요

왜 실패하는가 #5

이제 건축가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당신이 가장 궁금한게 무엇인가?

건축가의 설계비?, 건축주에게 잘 맞춰진 설계?, 주택에 잘 어울리는 자재?, 솔직히 모두 아니다. 당신이 이시간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공사비일 것이다. '소위 말해 내집을 짓는데 평당 얼마나 필요한가'이다. 지금까지 '건축가를 찾으라', '건축가에게 요구하라', '부동산의 관점에서 벗어나라' 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들려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작 집을 짓는 행위에서 가장 많은 비용 부담을 갖는 부분은 시공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마면 되는가. 결론부터 내려 놓고 시작하자면,


건축가도 공사비는 모른다.


건축설계를 수년동안 하면서, 그 많은 건물들이 주위에서 지어지는데 왜 건축가가 공사비를 모른단 말인가. 당신이 정말 건축가가 맞는지 따져 묻고 싶어 질 것이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경우의 수가 너무 나도 많다. 구조형식, 바닥과 벽면, 지붕의 형태와 면적, 공사의 난이도와 기간, 각 자재들의 품질, 그 집이 지어질 위치 등 고려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내 집이 목구조인지, 콘크리트 구조인지에 따라 전문 시공사도 달라질 뿐 아니라, 후속 공정이 달라진다. 반듯한 사각형 집인지 아니면 들쭉날쭉 요상한 형태인지, 숨어있는 디테일에 따라서는 공사의 난이도가 다르다. 바닥의 면적이 같아도 형태에 따라 벽면과 지붕의 면적은 제각각이다. 그리고 시중에 나와있는 동일한 기능의 자재도 생산지와 디자인 형태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내땅이 평지인지 경사지인지, 그리고 그 땅을 어떤 조건으로 활용하게 되는지, 그 땅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수수께끼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사비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아무런 데이타도 없는 백지의 상태에서 평당 얼마면 집을 짓는다고 접근하는 자체가 더 잘못된 것 아닌가.


화폐의 주인공이며 건축가인 Le Corbusier 그리고 Alvar Aalto는 공사비를 알았을까.


평당(3.3㎡당) 금액이라는 개념부터 다시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평당 금액은 전체 공사비를 면적으로 나눈 개념이다. 단위면적당 공사 금액을 산정하고 공사 면적을 곱하여 전체 공사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면적은 다시 건축법으로 산정되는 면적일 수도 있고, 산정되지는 않으나 실제로 공사되는 면적일 수도 있다. 실제로 공사되는 면적은 바닥,벽,천장,지붕이 있는 부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평당 금액은 비교급으로 사용될 단어이지 통상적인 용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조건들을 따져보면 건축가도 공사비를 모른다는 말 뜻을 이해 할 것이다.

간혹 평당 공사비를 건축가에게 물어보면 난처해 하거나 거북해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위의 과정을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가 난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계한 집이 속사정과는 다르게 단지 비교급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면 허무하지 않겠는가.

물론 건축가들이 누적된 경험치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껏 얘기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평당 600, 700은 허수다. 개략적인 예산규모를 파악하거나 파악된 예산에 비추어 설계를 진행할 때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꼭 그 금액으로 맞춰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건축가들 보다 좀 더 금액적인 부분에 근접해 있는 시공분야는 어떨까. 아무래도 그들은 건축가들보다는 현실적인 숫자를 적을진 몰라도 그들에게도 까다롭다. 자재비, 노무비 등은 수시로 변동한다. 그리고 직접적인 이윤과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한 간접비용과 관리비용, 발생할지도 모르는 하자에 대비한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따져보면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군가 불명확한 한쪽짜리 견적서나 평당면적비율로 작성된 내역서, 터무니 없는 금액으로 접근한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


제3대 미합중국 대통령이며 건축가이기도 했던 Thomas Jefferson도 몰랐던 공사비


공사비는 구조형식과 설비방식 그리고 마감자재 등이 결정되고 기획설계, 기본설계, 공사를 위한 실시설계가 완료되어야 비로소 파악된다. 조금이라도 근사치의 공사비를 위해서는 많은 도면이 요구된다.(도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차후 논하기로 하자.)


공사비는 도면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내역서를 작성하는 회사에서 작성되거나 경험이 풍부한 전문 시공사에서 작성을 하기도 한다. 내역서는 다시 건축가가 검토를 하게 되고 누락되거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수정을 요구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예산 규모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건축주와 상의하여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그리고 수차례 이 과정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공사비다.


건축가도 공사비는 모른다. 다만 평당 공사비는 과정에서 참조가 될 뿐이다.


독일 50마르크의 모델인 건축가 노이만 (Balthasar Neumann_바로크 양식의 대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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