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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영재 Jul 17. 2018

일본건축기행 1-6

동경(도쿄 Tokyo, 東京)-6

[ 2 일차 ] _ 우리는 가지지 못한 어떤 것


구.이와사키저택정원(旧岩崎邸庭園)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어떤 것'을 보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가 그냥 옆에 있기 때문에 들렀던 것이다. 여행기간 중 국립근현대건축자료관(国立近現代建築資料館)에서 전시가 있었다.


Architecture on Paper, 1970s~1990s 일본 건축 드로잉


전시장 입구에 4개국어로 전시에 대한 설명을 기술해 두었다.
건축에 있어서의 드로잉이란 일반적으로는 도면을 말합니다. 그 가운데는 스터디를 위한 스케치부터 설계도, 시공도,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아름답게 채색하고 음영을 장식한 렌더링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 건축가들은 이러한 설계-시공 프로세스에서 상대적으로 자립한 세계를 종이 위에 추구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특히 오사카 엑스포 이후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에 걸쳐, 건축 드로잉의 표현이 큰 비약을 보여 왔습니다. 전후 사회 극복을 모색하는 시대에 건축가들은 실무상의 요구를 넘어 많은 에너지를 드로잉에 쏟아붇게 됩니다. 화면은 커지고 기법이 다양화해졌으며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감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건축가들은 왜 그런 작품들을 그렸을까. 그들이 종이 위에 추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나의 건물이 준공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완성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 건축가의 비전이 거기에 드러나 있습니다. 1990년에 CAD가 보급되면서 설계 도서를 손으로 그리는 일도 없어졌으며, 도로잉을 통한 표현은 쇠퇴해 갑니다. 당시 건축가들이 그린 도로잉은 시대 속에서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었는지, 지금 그것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지, 그것을 생각해 보자고 본 전시가 태어났습니다.


위의 글은 전시장 입구에 한글로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나 또한 도면을 손으로 그리던 세대는 아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CAD를 접했었고, 포토샵이라는 신기원도 경험하고 실무를 접했다. 하지만 지금이 학창시절보다 더 많은 드로잉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 작업 자체를 조금은 소중하게 여겨왔고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아이디어 단계에서의 드로잉은 여전히 존재한다. 손이 귀찮아 지면 드로잉은 존재하지 않고 그 속에 담겨야 할 새로운 생각이나 아니면 여러 아이디어 들은 세상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드로잉은 건축가들에게 있어 중요하다.


국립근현대건축자료관(国立近現代建築資料館)의 외부


전시는 웬만큼 알만한 유명한 일본 현대 건축가이다. 와타나베유지, 하라히로시, 스즈키료지, 이소자키, 안도, 리켄, 다카마스신 등 학창시절부터 익숙하게 들어왔던 건축가들이다. 작은 엽서나 메모지에 그려진 드로잉부터 100호 정도 되어 보이는 큰 작업도 있었다. 소개글에서도 언급된 것 처럼 에너지가 느껴졌고, 건축가다운 발상과 독특한 기법의 작업들은 작품으로 보였다.


전시장 내부 | 전시장 가운데 사각의 박스 4면에 건축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건축가는 화가는 아니다. 그래서 화가의 작업을 대하듯 전시를 봐라봐선 안된다. 하지만 도면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3차원으로 만들어질 건축물을 2차원이라는 제약된 공간에 약속된 기호로 표현해야 한다. 그것을 일반 사람들에게 오감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미지화 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폭력적인 일이다. 건축의 현장에 필요한 도면이 건축가나 엔지니어들을 위한 소통,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면 드로잉은 건축가와 일반인들간의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잘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국립신미술관은 개관 10주년 행사로 안도다다오의 전시가 한창이고, 이 곳 국립근현대건축자료관은 건축 아카이브 답게 건축가들이 모두 모여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근현대건축아카이브관도 없으며, 건축가를 제외하고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건축이 문화라는 인식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우리 건축가들에게 있는 것도 확실하다. 그리고 해결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라 건축가들이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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