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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pdolee Apr 27. 2018

프라이탁 아이폰 케이스를
허락하소서

가격은 8만 7천 원.


 나의 첫 프라이탁은 폴더 신촌점 매장에서 산 '블레어'였다. 아마 그때가 2016년 추석이었나. 고향에서 올라온 부모님을 배웅해드리고, 혼자 신촌으로 뛰어가서 직접 구매했기 때문에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당시에 나는 단순히 '지갑이 필요해서' 블레어를 사게 되었는데, 프라이탁에 지갑 라인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블레어를 지갑으로 쓰게 된 이유는 내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갑의 기준

두께가 두껍지 않을 것

카드 수납공간이 많을 것

휴대가 간편할 것

내용물을 넣고 빼기 쉬울 것


 이 네 가지 기준만 봐도 알 수 있듯 나는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카드파다(어릴 때 지갑과 함께 현금 13만 원을 잃어버린 이후로 내 지갑 속 현금 보유량은 무조건 5만 원 이하로 유지 중). 그렇다고 해서 현금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늘 만약을 대비해야 하기에 현금도 '조금은' 넣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런 나에게 장지갑이나 반지갑은 완벽한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고 휴대까지 불편한 장지갑은 애초에 후보가 될 수 없었고, 카드나 현금을 조금만 넣어도 급 두꺼워지는 반지갑도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카드 지갑과 머니 클립도 사용해봤지만, 내가 살 수 있던 가격의 범위에서는 마땅히 내 스타일의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 가 아니라 블레어를 사기로 결정 


 그래서 답은 파우치였고, '블레어'였다. 블레어의 존재는 같이 일하던 얼이 형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얼이 형은 올 블랙 바디에 흰색 지퍼가 달린 블레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 보자마자 내가 찾던 그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색 조합으로 만들어진 유니크하고 심플한 디자인. 두께가 두껍지 않아 휴대하기 편하고, 카드와 현금은 내가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입구가 지퍼로 이루어져 있어 하루에 몇 번이나 여닫는 지갑으로 제격이었다. 결국 나는 하루라도 블레어를 손에 넣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까지 달려갔고, 우리 엄마로부터 누가 쓰던 거 주워온 것 같다는 팩폭을 당해야만 했다. (프라이탁 특성상 쓰던 건 맞는데, 주워온 건 아니다.)


카드부터 현금, 명함, 쿠폰까지 넣고 다니는 중


 나를 프라이탁의 길로 인도한 블레어는 최근까지도 아주 잘 사용했다. 내 아이폰 케이스 뒷면에 카드 포켓을 붙이기 전까지 말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폰을 교통카드로 활용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국내 안드로이드폰 유저들이 부러운 이유는 딱 하나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녀도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나는 아이폰 케이스 뒷면에 카드 포켓을 붙이게 되었다.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너무 편해진 탓에 블레어를 들고 다니기 싫어졌으니까. 이제 나는 더 이상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지하철에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개찰구 앞에 도착했을 때, 블레어를 꺼내려고 허둥지둥 댈 필요가 없다. 블레어의 지퍼를 열고 체크카드를 꺼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아이폰 그 자체를 태깅만 하면 된다. '띡!'


얇은 케이스에 가죽 카드 포켓을 붙여서 쓰고 있다.


 이제 나의 선택권은 줄어들었다. 내 아이폰은 교통카드 기능을 ‘겸비’ 해야 하므로 지금처럼 아이폰 케이스에 카드 포켓을 붙여서 사용하거나, 지갑의 역할을 하는 아이폰 케이스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다 발견한 물건, 프라이탁 아이폰 케이스! 정식 이름은 ‘BOOKLET FOR IPHONE’이지만, 그냥 아이폰 케이스다. 하지만 그저 그런 아이폰 케이스와는 조금 다르다. 얘는 아주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거든.


어디서 많이 보던 케이스 같은데? (FREITAG 홈페이지)


 겉보기에는 일명 '다이어리 케이스'라고 불리는 지갑 케이스와 큰 차이가 없다.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 심지어 수납공간이 많지도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이 물건에 꽂힌 이유는 딱 하나다. 아이폰과 분리가 된다는 점. 정확히 말하면 프라이탁 아이폰 케이스는 아이폰에 입히는 저 케이스만 뜻한다(따로 구입하면 4만 7천 원). 하지만 이 ‘BOOKLET FOR IPHONE’에는 트럭 방수포로 겉을 감쌀 수 있는 지갑이 포함되어있다. '굳이 이렇게 분리할 수 있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의 답은 아래 동영상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자, 이제 저 물건이 내 품으로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보겠다. 내 취미는 러닝, 우리말로 '달리기'다. 어디를 달리든 내 오른쪽 팔에는 아이폰이 찰떡같이 붙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페이스(속력)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팔에 고정하기 위해서는 보통 암밴드를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다이어리형 케이스는 암밴드에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하드 케이스처럼 조금만 두꺼워도 암밴드를 사용할 수 없기에 프라이탁 아이폰 케이스는 정말 매력적이다. 달릴 때는 자석으로 지갑과 한 몸이 된 아이폰을 분리해서 사용하고, 달리기가 끝나면 다시 합칠 수 있다니. 세상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아무래도 그중 일부는 프라이탁에서 일하는 것 같다.


자석의 힘이 얼마나 강할지는 미지수 (FREITAG 홈페이지)


 그리고 예쁘긴 또 을매나 예쁜가. 색 조합과 무늬에 따라 예쁜 정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심플한 매력에 빠지면 답도 없다(그래서 내가 몇 년간 노답 상태). 그나마 다행인 건 프라이탁 온라인 샵에 등록된 제품 중에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색이 없어서 조금이나마 충동구매를 참을 수 있다는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온통 빨간색 제품만 저렇게 모아놨는지 모르겠다. 진정한 '빨간 맛'이다.


궁금해, 허니. (FREITAG 홈페이지)


 하지만 선뜻 사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늘 그렇듯 가격이다. 나의 첫 프라이탁인 블레어는 정말 가성비 최고의 지갑이었다. 나 한정 편리함에 비하면 4만 1천 원 정도는 정말 껌값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폰 케이스는 음, 잘 모르겠다. 프라이탁 제품 특성상 막상 써보면 그 가치를 알게 되지만, 구입하기 직전까지 머릿속으로 가성비 회로를 돌려야 한다. 정말 8만 7천 원이 아깝지 않을까?


 그래도 너무 갖고 싶기에 오늘도 앓아본다. 제게 프라이탁 아이폰 케이스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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