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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pdolee Oct 24. 2020

그러게요,
제가 무슨 일을 할까요?

나를 소개하기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1/3)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과도 어느 정도 친한 '척' 할 줄 알죠.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점점 나이도 들어가고 제가 속한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성격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하려면 조금이나마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팁을 하나 드리자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이것만큼 좋은 질문이 없더라고요.


 "어떤 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마법 같은 질문이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본 것도 아니고, 나이를 물어본 것도 아니잖아요.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일주일 중 5일은 일하고 살 테니 할 이야기도 그만큼 많은 주제니까요. 자,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죠. 이제 상대방이 저에게 묻네요.


 "그럼 종훈 씨는 무슨 일 하세요?"

 저요? 사실 지금 하는 일은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됐어요. 그래서 당당히 말하는 게 아직 어색해요. 예전에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이라서요. 시간을 거꾸로 돌려볼게요.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바리스타로 1년 6개월간 일했어요.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흥미로워해요. 심지어 스타벅스의 남자 파트너들은 왜 그렇게 콜링을 느끼하게 하냐며 저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달라는 분도 계셨어요. 꼭 그런 부탁을 받으면 기대에 부응하려고 평소랑 다르게 입에 버터를 좀 바르긴 했죠. 이런 관심은 오히려 감사했어요. 스타벅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스타벅스를 좋아하니까요. 심지어 누구나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지인이 한두 명은 꼭 있고요.


 물론 저도 스타벅스를 좋아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사실 저는 당시에 스타트업 창업을 하고 있었어요. 급여가 나오지 않는 일이라 투잡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고, 유연한 근무시간과 적당히 짠 월급에 반해서 스타벅스에 입사했죠. 아마 그 시기가 짧은 인생 중 가장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을 둘로 쪼개서 반은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반은 스타트업 멤버였던 거죠. 그래서 항상 무슨 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스벅 바리스타인데, 투잡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어요. 앗, 물론 적당히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면 "스벅에서 일해요." 정도로 마무리하고요.


따끈따끈한 제 명함입니다


 시간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볼게요. 지금의 저라면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옳을지 생각해보죠. 제 명함에는 이름 석 자 아래 'Brand Manager'라는 직책이 적혀있어요. "브랜드 매니저가 뭐예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영알못은 아닐 거예요. 브랜드도 알고 매니저도 아는데, 두 단어가 붙어있으니 어색해서 그런 거잖아요. 구글링만 해도 '브랜드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할까?'라는 제목의 글이 수두룩해요. 여러분들의 시간은 금과 같으니 한 달 차 브랜드 매니저인 제가 요약해드릴게요.


 제가 한 달간 일해본 브랜드 매니저는 한 프로젝트를 위해서 모든 업무에 손길을 뻗어야 하는 직업 같아요. 물론 기획도 하고요. 디자인도 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이게 잘 먹혔나 데이터도 계속 확인해요. 잘 먹히면 잘 먹혔으니 내심 기뻐하고요, 안 먹히면 안 먹힌 대로 반성하죠. 하지만 너무 대놓고 기뻐하면 안일해 보일까 봐 걱정하고, 반성할 때는 "괜찮아, 처음이잖아."라는 위로라도 받아보고 싶어 대놓고 반성하는 척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브랜드 매니저라는 직업이 저에게 잘 맞는 일인지 말이에요. 잘 맞는 일을 하던지, 좋아하는 일을 하던지, 재미있는 일을 하던지, 돈을 왕창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던지. 왠지 이 시대를 사는 직장인이라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맞아떨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저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찾아봐야겠어요.





나를 소개하기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그러게요, 제가 무슨 일을 할까요? (현재글)

익숙하죠, 제가 좋아하던 겁니다.

느끼셨죠,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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