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안 사내 부부 도전기'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영 어색합니다. 어쩜 이런 글을 썼지 큰일이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답노트를 쓰는 동안 새로운 글도 쌓아두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 후
면접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면접을 잘 본다면 한국에서처럼 사내부부가 될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출근하는 아침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정신없이 집에서 나와 자전거 안장에 앉은 다음, 출발하기 직전 사원증 챙겼냐고 물은 뒤 힘껏 페달을 밟아 일터로 향하는 아침. 그 시간만큼은 출근길도 짧게 느껴졌고, 끈적한 동지애도 피어났다. 퇴사하게 되면 가장 그리워하게 될 순간으로 꼽을 예정이었다. 만약 합격한다면 그런 아침을 다시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버는 돈도 두 배로 늘어난다. 둘이 함께라면 외국 회사에서도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다. 면접을 잘 보기만 하면 된다. 잘해보자며 스스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의지를 다져도 불안했다. 업무 분야도 다르고, 영어도 잘 못하고, 석박사 학위도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자신감과 열등감의 거리는 짧았고 나는 그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이력서 파일을 열었다. 지난 3년 간 맡았던 업무들이 A4 반 장 분량으로 요약되어 있었다. 메일을 쓰고 나서 오탈자가 없는지 몇 번씩 확인하거나, 전화번호를 눌러놓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게 무서웠던 신입사원 시절은 생략되어있다. 이력서에 적은 한 줄 한 줄은 무수히 오가던 메일과 전화 통화, 엑셀, ppt 자료, 회의가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검은 글자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일을 맡았는지,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에 대해 되는 대로 중얼거렸다. 그러던 중 옆에 있던 남편이 모의 면접을 제안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모의면접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말할 패기도 없었다. 책상을 가운데 두고 나는 지원자, 남편은 면접관이 되어 마주 보고 앉았다. 거실은 순식간에 면접장이 되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턱을 집어넣고 자기소개부터 시작했다.
“Hello, nice to meet you. My name is …”
이름과 전공, 직무에 대해 소개했다. 시작은 순조로웠으나 다섯 마디 정도 지나자 말문이 턱 막혔다. 몇 번이고 중얼거렸던 문장들이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어들이 무분별하게 허공에 떠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문장으로 조합할 수 없었다. 갑자기 면접을 보게 돼서 긴장을 했는지 몸은 뻣뻣하게 굳어져갔다. 남편의 탈을 쓴 면접관이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다시 질문을 건넸다.
“Tell me about your experience (경력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금까지 정리해왔던 걸 말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 말려버린 페이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맥이 뚝뚝 끊겼다.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딴짓하고 있는 학생에게 갑자기 소리 내어 읽으라고 시킨 것처럼 얼굴이 붉어진 채로 간신히 입을 뗐다. 입술을 벌리고, 어... 면접관은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다시 입을 열었는데.
“어... 음….”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뻐끔. 질문을 두어 개 더 받았지만 역시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남편도 말문이 막힌 듯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궁금한 점도 없었고, 나 혼자만 잘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뭐 도와줄 건 없어?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라고 말하면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래 놓고 아무것도 못하는 꼴이다. 남편은 대체 뭘 준비한 거냐며 다그쳤다. 억울함이 목 안쪽까지 차오르지만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라 꾹 삼켰다.
모의면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화면 너머 낯선 면접관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나와 인터뷰 내내 이어지는 침묵, 이 자리를 마련해 준 장본인이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남편. 상상만 해도 겨드랑이가 축축해진다. 아무도 몰랐던 민낯이 드러난 기분.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다. 쥐구멍에 머리를 들이밀고 싶었지만 숨을 곳은 없었다. 거실 책상에 앉아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울어버렸다.
보다 못한 남편이 임시처방을 내려줬고, 처방 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예상 답변을 한국어로 적은 뒤 다시 영어로 번역해볼 것. 기본적인 작업을 이제 와서 시작한다니. 영어로 중얼거리고, 관련 뉴스 기사를 찾고, 논문을 읽으며 흡수했던 내용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왜 뿔뿔이 흩어져서 내 혀끝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는 중요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고 예상 답변을 적어 내려갔다.
면접 당일, 예상했던 질문들이 나왔고 이틀 동안 단단히 준비한 덕에 혀가 굳어버리는 일은 없었다. 분위기는 무난했다. 면접관은 내가 다른 조직에 더 맞는 것 같다며 그쪽 팀장에게 얘기해놓겠다고 말하며 면접을 마쳤다.
일주일이 지났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 주가 지났다.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제야 연락을 받지 못한 이유를 실감했다. 떨어졌구나. 남편은 내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당장 일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며 위로했다.
고마워. 그래도 괜찮아.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예상과 다르게 나는 정말로 괜찮았다. 당장 백수가 될 처지임에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그로부터 몇 주가 흐르고 나서야 내게 일어났던 일련의 이상한 일들 - 2주 내내 준비하고도 모의면접 때 아무 말 못 한 것, 지원 동기를 끝끝내 완성하지 못한 것, 면접에서 떨어지고 안도감을 느꼈던 것 - 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홍보 영상을 보며 ‘나도 저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남편과 같은 회사에 합격해서 해외로 나가면 제일 좋은 그림일 것이라 착각했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남이 바라보는 내가 멋져 보일 것 같았다. 원하지도 않은 것을 얻기 위해 준비하니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림의 관객은 내가 아니었다. 상상 속의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회사 사람들이었다.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직장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용기였다. 타인을 의식하다 보면 선택의 기준이 희미해진다. 어느새 사이즈도 맞지 않는 요상한 빛깔의 옷을 입고 엉거주춤하게 서있게 나를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걱정 어린 말투로 안부를 묻고, 나는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린다.
타인의 시선을 걷어내자 마음속 깊이 묻어놨던 것들이 고개를 든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면서도 그것들을 바라본다. 전처럼 애써 무시하지 않는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간질간질한 걸 보니 머지않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헤쳐나갈 거라는 예감이 든다.
수정 내역
면접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자신감과 열등감의 거리는 짧았고 나는 그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갔다. ‘경력도 짧고, 석박사도 아니고, 업무 분야도 다른데 잘할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영어로 일해야 하는데. 아냐,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근데 나 아니면 누굴 뽑겠어.’ 입을 다물고 있어도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 이번 면접을 잘 본본다면 한국에서처럼 사내부부가 될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출근하는 아침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정신없이 집에서 나와 자전거 안장에 앉은 다음, 출발하기 직전 사원증 챙겼냐고 물은 뒤 힘껏 페달을 밟아 일터로 향하는 아침. 그 시간만큼은 출근길도 짧게 느껴졌고, 끈적한 동지애도 피어났다. 퇴사하게 되면 가장 그리워하게 될 순간으로 꼽을 예정이었다. 만약 합격한다면 그런 아침을 다시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버는 돈도 두 배로 늘어난다. 둘이 함께라면 외국 회사에서도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다. 면접을 잘 보기만 하면 된다. 잘해보자며 스스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의지를 다져도 불안했다. 업무 분야도 다르고, 영어도 잘 못하고, 석박사 학위도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자신감과 열등감의 거리는 짧았고 나는 그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갔다.
(면접에 대한 간단한 설명 추가)
남편이 말했다.
“모의 면접 봐줄까?” (대화문 필요가 없어서 변경)
이력서 파일을 열었다. 지난 3년 간 맡았던 업무들이 A4 반 장 분량으로 요약되어 있었다. 메일을 쓰고 나서 오탈자가 없는지 몇 번씩 확인하거나, 전화번호를 눌러놓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게 무서웠던 신입사원 시절은 생략되어있다. 이력서에 적은 한 줄 한 줄은 무수히 오가던 메일과 전화 통화, 엑셀, ppt 자료, 회의가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검은 글자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일을 맡았는지,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에 대해 되는 대로 중얼거렸다. 그러던 중 옆에 있던 남편이 모의 면접을 제안했다.
거절할 이유가 → 는(서술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조사 변경) 없었다. 모의면접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말할 패기도 없었다. 우리는 책상을 한가운데 두고 면접관과 지원자가 되어 마주 보고 앉았다. 책상을 가운데 두고 나는 지원자, 남편은 면접관이 되어 마주 보고 앉았다.(구체적인 상황 묘사) 거실은 순식간에 면접장이 되었다. (문장 순서 변경)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턱을 집어넣고 자기소개부터 시작했다. (끝맺음이 명사일 필요가 없음)
“Hello, nice to meet you. My name is …”
이름과 전공, 직무에 대해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서술)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 순조로웠으나 다섯 마디 정도 지나자 말문이 턱 막혔다. 몇 번이고 중얼거렸던 문장들이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어들이 무분별하게 허공에 떠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문장으로 조합할 수 없었다.(당시 감정에 대한 내용 추가) 갑자기 시작된 면접에 → 면접을 보게 돼서(표현 매끄럽게 수정) 긴장을 했는지 몸은 뻣뻣하게 굳어져갔다. 남편의 탈을 쓴 면접관이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다시 질문을 건넸다.
“Tell me about your experience (경력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 셨다.(시제 일치) 이력서를 쓸 때 수없이 돌이켜보고 정리했던 내용이다. → 지금까지 정리해왔던 걸 말하기만 하면 된다. (이력서에 정리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어 어색함) 하지만 이미 말려버린 페이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맥이 뚝뚝 끊겼다.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딴짓하고 있는 학생에게 갑자기 소리 내어 읽으라고 시킨 것처럼 얼굴이 붉어진 채로 간신히 입을 뗐다. 입술을 벌리고, 어...(입을 뗀 이후 상황 묘사 추가) 면접관은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다시 입을 열었는데.
“어... 음….”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뻐끔. 질문을 몇 개 더 받았지만 두 마디를 넘기지 못했다. → 질문을 두어 개 더 받았지만 역시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문장 구조 변경)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남편도 말문이 막힌 듯했다. (표현 매끄럽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는데 왜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냐, 지금까지 대체 뭘 준비한 거냐고 묻는다. →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궁금한 점도 없었고, 나 혼자만 잘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뭐 도와줄 건 없어?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라고 말하면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래 놓고 아무것도 못하는 꼴이다. 남편은 대체 뭘 준비한 거냐며 다그쳤다. (부연 설명 추가) 억울함이 목 안쪽까지 차오르지만 듣고 보면 → 보니 다 맞는 말이라 꾹 삼켰다.
모의면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화면 너머 낯선 외국인 → 면접관 ('외국인' 보다 '면접관'이 맞는 표현이라 수정)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나와 인터뷰 내내 이어지는 침묵, 이 자리를 마련해 준 장본인이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남편. 상상만 해도 겨드랑이가 축축해진다. 아무도 몰랐던 민낯이 드러난 기분.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다. 쥐구멍에 머리를 들이밀고 싶었지만 그런 건 → 숨을 곳은 (명확하게 표현) 없었다. 거실 책상에 앉아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울어버렸다.
보다 못한 남편이 임시처방을 내려줬다. 한국어로 예상 답변을 적은 뒤에 그 내용을 다시 영어로 번역해 보라고 했다. → 보다 못한 남편이 임시처방을 내려줬고, 처방 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예상 답변을 한국어로 적은 뒤 다시 영어로 번역해볼 것. (매끄러운 표현으로 수정) 기본적인 작업을 이제 와서 시작한다니. 영어로 중얼거리고, 관련 뉴스 기사를 찾고, 논문을 읽으며 흡수한 → 흡수했던(시제 수정) 내용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왜 뿔뿔이 흩어져서 내 혀끝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는 중요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고 예상 답변을 적어 내려갔다.
면접 당일, 예상했던 질문들이 나왔고 이틀 동안 단단히 준비한 덕에 혀가 굳어버리는 일은 없었다. 분위기는 무난했다. (묘사 없이 분위기가 무난했다고 나오니 어색함. 문장의 순서 변경) 면접관은 내가 다른 조직에 더 맞는 것 같다며 그쪽 팀장에게 얘기해놓겠다고 말하며 면접을 마쳤다.
일주일이 지났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일하느라 바쁜가 보지. (불필요한 문장 삭제) 이 주가 지났다. 왜 메일이 오지 않을까? →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제야 인사과 직원이 연락하지 않는 이유가 실감 났다. → 그제야 연락을 받지 못한 이유를 실감했다. 떨어졌구나. 남편은 내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당장 일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며 날 위로했다.('나'라는 대상이 처음에 나오는 게 더 문장이 매끄러워서 수정)
괜찮다고 말했다. →고마워. 그래도 괜찮아. (문장을 따로 구분시킴)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예상과 다르게 나는 정말로 괜찮았다. 당장 백수가 될 처지임에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야 내게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 그로부터 몇 주가 흐르고 나서야 내게 일어났던 일련의 이상한 일들 - 2주 내내 준비하고도 모의면접 때 아무 말 못 한 것, 지원 동기를 끝끝내 완성하지 못한 것, 면접에서 떨어지고 안도감을 느꼈던 것 - 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어색하게 나열한 문장들 수정)2주 내내 준비했으면서 모의면접을 망쳐버린 이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마음에 쏙 드는 지원 동기를 쓸 수 없었던 이유,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내심 안도했던 이유.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홍보 영상을 보며 ‘나도 저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질 수 있어서, 사내 부부가 좋아서, 남이 바라보는 내가 멋져 보일 것 같아서. 남편과 같은 회사에 합격해서 해외로 나가면 제일 좋은 그림일 것이라고 착각했다. 남편과 같은 회사에 합격해서 해외로 나가면 제일 좋은 그림일 것이라 착각했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남이 바라보는 내가 멋져 보일 것 같았다. 원하지도 않은 것을 얻기 위해 준비하니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문장 구조 수정)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림의 관객은 내가 아니었다. 상상 속의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회사 사람들이었다.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직장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용기였다. 타인을 의식하다 보면 선택의 기준이 희미해진다. 어느새 사이즈도 맞지 않는 요상한 빛깔의 옷을 입고 엉거주춤하게 서있게 나를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그들의 →타인의 (대명사 수정) 시선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걱정 어린 말투로 안부를 묻고, 나는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린다.
타인의 시선을 걷어내자 마음속 깊이 묻어놨던 것들이 고개를 든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면서도 그것들을 바라본다. 전처럼 애써 무시하지 않는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간질간질한 걸 보니 머지않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헤쳐나갈 거라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