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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pnumsa Mar 17. 2019

[학교] 답이 없는 고교 교실


  학회 발표가 있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발제를 했다. 일방적인 발제는 재미없다며 중간에 질문을 던졌다.

  “여기 있는 이 질문들과 이 아래 질문들이 뭐가 다른것 같아요?”

  청중들은 당황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자료집의 두 질문 목록을 비교하느라 침묵이 흘렀다. 발표자가 웃으며 말했다.

  “답이 없는 것이.. 고등학교 교실과 똑같군요. 하하”

  내가 볼때도 똑같았다. 1초만에 대답이 안 나오면 침묵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교사가 스스로 답을 말해버리는 고등학교의 교실.

  ‘다른 것 같아요?’와 ‘답이 없는 것이…’의 간격은 길게 잡아도 2초. 실제론 거의 1초였다고 느껴질 짧은 시간이었다.

  질문을 듣고 문제를 이해하고 자료를 탐구해서 답을 만들어서 누구 다른 사람이 발표하려나 조금 둘러보고 드디어 답을 말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하는지.

  학생들은 1초만 기다리면 답이 나오는데 뭐하러 힘들여 생각하겠나. 더 큰 문제는 질문을 받고 이제 좀 생각해보려는데 교사가 답을 말해 버리면 생각에 방해가 된다는 걸 모르는 교사들이다.

  애들이 너무 생각이 없다고? 애들이 생각하기 싫어한다고? 애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먼저다.

  정해진 답을 주고 받는, 수업의 진행을 위한, 실제로는 설명인데 종결어미만 의문형인 그런질문 말고,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진짜 질문’을 해야 한다. 진짜 궁금해서 질문했다면 답을 안 하고 가만 있는다고 대신 답을 말해 버리는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가게에 가서 ‘이거 얼마에요?’ 해놓고 점원이 얼만지 알아보려고 뒤적거리면 ‘아이 참, 얼마잖아요’ 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질문은 그런 것이다.

  수업 시간의 질문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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