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ipnumsa Mar 17. 2019

[학교] 도난 사건


  스포츠클럽 시간에 강사선생님의 지갑이 없어졌다. 가방을 강당 한 켠에 두고 수업을 했는데 수업 마치고 보니까 지갑을 누가 빼간 것이다. ‎난감한 표정으로 의논하러 왔는데, 나도 답이 없었다. 강당에서 수업 들은 학생 30여 명 중에 범인이 있을 테지만, 그리고 옛날처럼 지금 즉시 소지품 검사를 하면 찾을 수 있겠지만 21세기 인권의 시대에 그럴 수도 없다. 고민 끝에 112에 신고했다. 일단 학생-용의자에게 경고를 날리려는 의도였다. 다행히 경찰이 3분이나 오셔서 CCTV 도 보고 화장실도 뒤져보며 돌아다니니 교내에 뭔가 불안한 분위기는 잘 형성되었다. 마지막 교시가 끝나고 해당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강사 선생님이 먼저 "내가 너희들 보이게 가방이랑 지갑을 둔 게 잘못이고, 괜히 욕심나게 만든 것도 미안하다. 그 안에 학교 카드도 있고 내 카드도 있고 면허증도 ‎있는데 카드는 새로 만들면 된다. 근데 면허증이 없으면 지금 운동부 아이들이랑 차 몰고 훈련하러 가야되는데 갈 수가 없다. 내일 출근할 때도 차를 몰 수도 없다. 돈은 빼가더라도 카드나 면허증은 꼭 돌려주길 바란다." 이렇게 말하고 내가 이어서 "경찰이 왔다갔는데 학교 안에서 좋게 끝내라고 하더라. 경찰이 수사 시작하면 선도위원회 징계로 안 끝나고 범죄자가 된다더라. 오늘 가방에서 지문도 찍었고 CCTV도 다 보고 가서, 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더라. 우리도 그렇게 일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혹시 호기심에 가져갔다면 오늘 마치고 운동장 구석 아무 곳에나 지갑을 슬쩍 버려두고 가라. 내일 아침에 내가 운동장 구석구석을 뒤져볼 테니까 어디 갖다 뒀는지도 말할 필요 없다." 하고 내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퇴근 시간 직전에 청소용역하시는 분이 지갑을 하나 주워왔다. 신관 계단 참에 떨어져있었다는 것이다. 아까 잃어버린 그 지갑이었다. 누구였을까 궁금하기보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강사선생님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 훔쳐간 아이도 완전히 막장으로 치달은 게 아님을 알게 되어서도 그렇다. 면허증 이야기를 통한 약간의 죄책감 유발과 경찰을 동원한 약간의 위협이 먹힌 셈인데, 남아 있는 문제는, 이게 처음에 먹히지 매번 통하지는 않는다는 점과 그 범인 아이가 다음에 또 누군가의 물건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작가의 이전글 [학교] 독수공방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