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학교는 집에서 버스 두 정류장 거리에 있다. 아침마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같이 버스를 탄다. 아침 버스는 7~8분 간격으로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나는 아침에 집에서 나오는 시간이 불규칙적인데, 버스 타러 나가보면 시간대별로 기다리는 아이들이 다르다. 버스를 타면 타고 있는 아이들도 시간대별로 대략 정해져 있다. 규칙적인 아이들이다.
아침에 늦게 나오면 택시를 타기도 하는데, 학교가 가까워 기본 요금 2,800원만 나온다. 3,000원을 내면서 200원은 기사님에게 그냥 가지라고 한다. 멀리 가는 손님에 대한 기회비용이라 생각하고 드리는데, 가끔씩은 아깝기도 하다. 열 번 타면 그것도 2,000원인데. 그러다가도 내가 택시를 열 번이나 탈 일은 없으니까 아까울 것도 없다,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는 늦어서 택시를 타려고 도로에 나왔는데, 지솔이가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지솔이는 가장 늦은 시간대에 만나는 무리에 속해있는데 얘도 오늘따라 더 늦었나보다.
“같이 택시 타고 가자.”
“명주가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가다가 태워가면 되지.”
그리고 지솔이와 택시를 타고 가다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명주를 태워서 학교로 갔다. 정문에 다와 갈 때 지갑에서 3,000원을 꺼내는데, 뒷좌석의 명주가 갑자기 돈을 내밀었다.
“여기 택시비요.”
“어, 내가 내줄 건데.”
“더치페이에요.”
더치페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그 돈을 받고 평소대로 기사님에게 잔돈은 가지라고 드렸다. 지솔이나 명주나 나랑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 택시에 내리자마자 각자의 길을 걸어서 교무실과 교실로 갔다. 시간은 이미 등교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긴 하지만.
나는 남들에게 밥을 사는 돈을 아까워하지는 않는데, 계산하는 순간에 누가 사주겠다고 하면 또 굳이 거절하지는 않는다. 서로 ‘내가 낼게’ 하면서 옥신각신하는 게 인정스럽기도 하지만 한편 촌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그런 면이 아이들을 대할 때도 나타나자 내가 왠지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둘이 나에게 차비를 신세질 만큼의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 건가 하는 서운함도 들었다.
그러다가 3교시가 되었다. 수업 종이 울렸는데 마침 그 둘이 그제서야 수준별 교실로 이동하려고 교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평소에 수업 종이 울리면 수준별 교실에 도착해 있어야한다고 강조하는 나였기에 그 둘을 붙잡아서 잔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아침의 더치페이가 생각났다.
얘들은 나한테 가끔씩 잔소리를 듣는, 말하자면 성실한 학생은 아니다. 그 더치페이는 자기에게 잔소리를 해대는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계산은 칼같이 하고 심리적 부담이나 부채감을 차단하려는 무의식의 발로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내 손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마음 놓고 나를 미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택시비를 대신 내 준 선생님을 대놓고 욕하는 것은 마음에 찔리는 일일 테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잊고 있었던 뭔가가 생각이 났다. 아침의 택시비는 2,800원인데, 우리 셋은 천 원씩 냈고, 택시 기사님은 3,000원을 가졌다. 그러나 그건 나의 계산법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천 원씩 내고 택시비가 2,800원이 나왔으니까 최소한 두 명은 100원씩 거슬러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거스름돈 200원을 내가, 선생인 내가 꿀꺽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천 원씩 내고 2,800원이 나왔으면 아이들이 900원, 선생이 1000원 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 반드시 이 둘에게 100원씩 돌려주리라고 결심하고 학교에 왔다. 마침 1, 2교시 연속 수업이라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3교시가 되었다. 한숨 돌리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천천히 아이들을 부르러 가 볼까하고 교무실을 나서는데, 누가 급하게 지나가다가 팔을 쳤다. 커피가 쏟겨 옷에 큰 얼룩이 생기고 바닥에도 큰 얼룩이 생겼다. 야, 이리 와 봐, 하고 얼굴을 드는데 명주였다. 너무너무 미안한 얼굴로
“선생님 죄송해요. 빨아드릴까요?”
하는데, 어차피 서로 못 봐서 벌어진 일이라
“니는 옷 안 버렸나?”
하고 보냈다. 옷의 얼룩을 어쩌나 하고 고민하느라 거스름돈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다.
점심 시간. 급식실에서 얼룩진 옷 걱정을 하며 학생들 줄을 세우고 있는데, 드디어 명주와 지솔이가 나타났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야, 내가 어제 천 원씩 받았는데 차비가 2,800원 나와서 100원씩 돌려줄게.”
하고 재빨리 외쳤다.
명주가
“그건 선생님 세탁비로 가지세요.”
하였다. 나는 결국 200원을 못 돌려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