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한 이 말을 보고 "무슨 허경영 같은 소리냐" 하면서 비판하는 사람도 많았다. 허경영은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은 겁니다"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아래 작은 글씨에 더 눈이 갔고 깜짝 놀랐다. 꼴통들과 싸우면 모두들 그렇게 느끼는구나, 하는.
나는, 이미 똑같은 걸 느꼈고, 실제로 거의 같은 말을 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2000년대 중반에 합법화된 전교조와 구시대의 교장 사이에 갈등이 잦을 때였다. 그때 선배 교사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말이었다.
"우리가 저것들을 인간이라고..."
이익과 권위 앞에서 조금의 부끄러움도 합리성도 미안함도 없는 말 그대로 "무식한" 말과 행동들이 난무했다. 그것에 대응하는 인간적인 상식이나 이성에 호소하는 방식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알아듣겠지, 법전을 들이대면 조심하겠지, 인간 대 인간으로 불쌍함을 느낀다면 그만하겠지... 모두 다 우리의 망상이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선배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저 말을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녔다. 그리고 우리 역시 비상식적으로 대응한 후부터 작은 승리들을 거둘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해야할 것은 니체의 말을 항상 잊지 않는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
70년대 민주화의 영웅 중 한 명, 80년대에 3김 정치의 한 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여당이며, 자신의 적이었던 전두환, 노태우와 한 패가 되기로 발표하며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결국 김영삼은 호랑이를 잡긴 했지만, 그 자신이 또 다른 호랑이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어쨌든 괴물의 심연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는 것은 좋지 않다. 이재명 씨도 조심해야 된다.
참고로 저 당시 김영삼의 결정에 반대한 인물로 노무현이 있다. 그 유명한 "이의 있습니다." 사진은 저 때의 이야기다. 또 참고로, 내가 인생 처음으로 선거권을 가졌을 때 허경영을 찍었다. 그는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통령 되려고 나온 게 아닙니다. 국민들에게 이런 걸 (나쁜놈들이 나랏돈을 빼돌린다는 걸) 알리려고 나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