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짜리 첫 사무실에서 배운 공간의 힘
내 첫 '우주'는 비 새던 반지하 방이었지만, 내 꿈을 싣고 떠날 첫 '탐사선'은 보증금 500에 월세 30짜리 5평 사무실이었다. 팔리지 않은 할랄 마스크팩 재고 상자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밤샘을 위한 에너지 드링크와 서류 뭉치가 뒤엉켜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처음 깨달았다. 공간이 한 사람의 꿈을 어떻게 담아내고, 또 어떻게 무너지지 않게 버텨주는지를. 그 5평짜리 공간은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라,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조종석이었다. 그곳은 엉망이었지만, 적어도 '나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부동산 현장에서 일을 하며, 나는 수많은 '일하는 공간'을 본다.
어떤 곳은 파티션으로 완벽하게 구획된 거대한 사무실이다. 모두가 똑같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의 영혼을 소진한다. 그곳은 효율을 위한 공간이지, 사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또 어떤 곳은 '힙함'으로 무장한 공유 오피스다. 화려한 라운지와 무제한 맥주를 자랑하지만, 정작 내 자리는 등 뒤가 불안한 개방형 테이블뿐이다. 우리는 '커뮤니티'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형태의 불안한 공존을 강요받는다.
우리는 집을 고를 땐 그렇게나 깐깐하게 굴면서, 정작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공간에는 이상할 만큼 무감각하다. 월급을 받는 곳이지, 내 삶을 보내는 곳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이 삶을 담는 그릇이라면, 사무실은 나의 일과 욕망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이 일그러져 있는데, 그 안의 내용물이 온전할 수 있을까.
5평짜리 탐사선에서 도중에 돌아와야 했지만, 골목골목을 누비며 'OO리단길'의 로컬 브랜딩을 성공시켰던 경험을 기억한다.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입히느냐에 따라, 죽어있던 골목이 살아나는 기적을 보았다.
그것은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공간이 당신의 일을 존중해줄 때, 비로소 우리의 일도 빛날 수 있다. 당신의 집만큼이나, 당신의 일터 우주도 안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