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OO리단길'을 만들며 깨달은 것들
5평짜리 '탐사선'에서 나는 실패했지만, 그 실패는 나를 골목으로 내몰았다.
나는 카페, 밥집, 배달대행 플랫폼까지... 말 그대로 골목골목을 누비며 장사를 했다.
배달 오토바이를 직접 몰며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왜 어떤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바로 옆 가게는 파리만 날릴까? 그곳엔 '길'은 있었지만 '이야기'가 없었다. 맛집들은 흩어진 '점'처럼 존재할 뿐, 사람들을 끌어당길 매력적인 '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흩어져 있던 그 가게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묶기 시작했다. OO리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것은 단순한 작명이 아니었다. 이곳은 당신이 주목할 만한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곳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죽어있던 골목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더 이상 'A 가게'라는 '점'을 찾아오지 않았다. 'OO리단길'이라는 '선'을 경험하기 위해, 그 '면'을 걷기 위해 찾아오기 시작했다. 흩어져있던 점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자, 골목 전체의 가치가 살아났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공간의 가치는 시멘트와 벽돌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곳에 어떤 '이야기'를 입히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것이 내가 책에서 배운 딱딱한 부동산 데이터와, 현장에서 배운 '살아있는 부동산'의 가장 큰 차이였다.
지금 당신이 걷는 골목, 당신이 일하는 사무실, 당신이 사는 집도 마찬가지다. 그곳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가.
죽은 공간을 살리는 힘은, 결국 그곳을 가꾸고 바라보는 사람의 '의미 부여'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