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좋다는 집 말고, 내가 살고 싶은 집

부동산 차트가 알려주지 않는 '행복한 집'의 조건

by 집우주

부동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 열 명 중 아홉 명은 첫 마디가 비슷하다.

"사장님, 실거주를 할건데 투자도 하고 싶어요. 가격 좀 오를만한 곳 어디 없나요?"

"여기 역세권인가요? 남향인가요?"


물론 중요하다. 자산으로서의 집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가끔 그들에게 되묻고 싶어 진다. "그런데 손님, 어떤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하세요?"


세상이 정해놓은 좋은 집의 기준은 명확하다. 역세권,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남향, 학군. 이 조건들을 모두 갖춘 집들을 브역대신평초뷰병 이런식으로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완벽한 조건들이 과연 내 삶의 행복까지 보장해 줄까?


나는 완벽한 남향집에 살면서 우울해하던 프리랜서를 본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밤에 일하고 낮에 자기 때문이다. 그에게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축복이 아니라 수면을 방해하는 고통이었다. 반대로, 볕이 잘 들지 않는 1층이고, 지나가던 사람들한테 사생활 보호는 다소 미흡할 수 있지만 창밖의 나무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좋아 집에 있어도 매일이 소풍 같다는 노부부도 만났다.


좋은 집의 기준은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 안에 있어야 했다.


집을 구하기 전, 우리는 부동산 앱을 켜기보다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체크리스트도 중요하지만,

내 스스로의 행복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다.


나는 아침형 인간인가, 저녁형 인간인가? (채광의 중요도)

나는 소음에 예민한가, 적막함을 견디기 힘들어하는가? (대로변 vs 골목 안쪽)

나는 걷는 것을 즐기는가, 1분이라도 빨리 환승해야 하는가? (역과의 거리)

나는 창밖으로 건물이 보이는 게 좋은가, 나무가 보이는 게 좋은가? (조망권)


내 삶의 패턴과 취향을 모른 채 남들이 좋다는 국민 평형, 대장 아파트를 좇는 것은, 맞지 않는 옷에 몸을 억지로 구겨 넣는 것과 같다.


집은 단순히 값이 오르는 그래프가 아니다. 내 삶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이다. 그러니 부디, 세상의 정답이 아니라 당신만의 해답을 찾기를 바란다. 남들 눈에 100점짜리 집이 아니라, 내 삶에 딱 맞는 60점짜리 집이 나에게는 최고의 우주가 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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