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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Mar 15. 2021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드디어 재개발


지난 2일 서울시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노원구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에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일대 18만 6965㎡가 2025년까지 개발과 보전 작업을 거쳐 총 2437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결합한 방식으로 재정비될 예정이다.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이다.


백사마을은 1967년 도심 개발로 청계천·창신동·영등포 등에서 강제 철거당한 주민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주거지다.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백사마을은 지난 2008년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 2009년 주택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사업성 문제, 건축 방식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어 지금까지 개발이 되지 못했다.


백사마을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이런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서 지역주민의 요구사항과 지역특성에 맞는 정비계획을 세운 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어 “갈등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하고 평균 층수 상향 등 지역주민 요구사항과 지역특성에 가장 적합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자 총 33회에 달하는 회의와 심의를 거치는 등 행정력을 동원했다. 그 결과 아파트 평균 층수 12층 이하, 최고 층수 20층 이하로 의견을 모으는 등 주민 갈등이 해소돼 2019년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재개발된 백사마을 조감도

백사마을은 일반적인 재개발과 달리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어우러진 주거지 보존 방식이 적용된다. 아파트는 지하 5층~지상 최고 20층, 34개 동, 전용면적 59~190㎡, 1953가구로 지어진다. 일반주택은 주거지 보전사업으로 지하 4층~지상 4층의 다세대주택 136개 동, 484가구가 들어선다. 전용면적은 30~85㎡ 미만이다. 


9명의 건축가가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다양한 층수의 아파트와 일반주택을 적절히 배치해 자연경관을 살리고, 골목길 등 기존 지형을 일부 보존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도록 했다고 노원구는 설명했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시행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재 백사마을 초입 곳곳에는 현대건설(힐스테이트), GS걸설(자이), 포스코건설(더샵), 대우건설(푸르지오), 코오롱글로벌(하늘채) 등 대형 건설사들의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 수주 격돌을 예고했으며, 백사마을에 1군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백사마을 입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유명 건설사 예닐곱 군데가 수주를 하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향후 토지주들의 결정에 달렸지만 현재 땅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1군 브랜드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백사마을에는 60여 년의 지역 역사를 보전하기 위한 시설도 들어선다. 전시관을 건립해 각종 생활 물품과 자료, 행사 잔치 인물 등의 사진을 수집 및 전시해 예전 동네 모습과 마을 주민들의 삶의 기억을 보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을식당과 공방 등 주민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이용시설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 활성화도 유도한다.


노원구는 올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뒤 2022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거쳐 착공할 계획이다.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개발된 백사마을 조감도 2


정비업계에선 백사마을 개발이 현 정부가 추구하는 개발형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주거복지 전문가인 변 장관의 개발 철학이 녹아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백사마을은 2011년 9월 ‘주거지 보전구역’으로 지정돼 지역 원형을 최대한 살린 재개발 방식이 결정됐는데 2016년 1월 사업시행자였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성이 없다며 손을 떼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재개발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2017년 7월 변창흠 장관이 사장으로 있던 SH공사가 공공사업시행자로 나서면서다. 골목길 보존, 아파트와 주택이 결합된 개발 방식도 그때 결정됐다.


재개발에 도시재생을 접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다른 정비사업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홍제동 개미마을 등이 비슷한 방식의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사마을은 상생형 주거지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다. 주택 공급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유형의 재생 모델을 발굴하고 행정 지원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형 주거지(사진=인디포커스)

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2·4 대책’에서도 도시재생사업 방식을 대폭 개선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보존 중심이던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을 개발로 선회해 5년간 약 3만 가구(서울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쇠퇴 지역에 지구단위 주택정비를 추진하는 ‘주거재생혁신지구’,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연계한 ‘주거재생 특화형 뉴딜사업’ 등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구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개발 방식을 적용해야 도시재생을 통한 주택 공급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은 “주민들이 보존을 원하면 도시재생을 하고, 협의가 어려운 도심지엔 공공재개발을 적용하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상생형 주거지(사진=인디포커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서울 마지막 달동네라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자연과 어우러진 명품 단지로 바뀔 수 있게 된 것은 지역주민 등 모든 분들의 협력의 산물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사업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살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백사마을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재개발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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