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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Oct 22. 2020

부동산 계약 해지,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유튜버 양팡 사건으로 알아보는 부동산 계약 해지

지난 4월, 유명 유튜버 양팡이 아파트 계약금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양팡과 그녀의 부모님은 지난 2019년 5월,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집이 마음에 들었고 이 집의 매매계약을 모친이 대신 진행했다. 모친은 계약금을 집에 가서 입금하겠다고 했으나 입금하지 않았고, 이후 양팡은 다른 집을 구매했다. 이에 양팡을 믿고 거래를 하지 않고 있던 집주인이 양팡에게 계약금을 요구했으나 양팡이 거절했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 그 상황 속에 들어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부동산 계약 해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양팡 대신 계약서에 서명한 모친

지난해 5월 양팡과 그녀의 부모님은 부산의 한 아파트를 10억 1,000만 원에 사기로 계약했다. 부모님과 집을 함께 돌아본 후 양팡과 부친은 자리를 비웠고, 모친이 매도자와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때 모친은 계약서 서명란에 ‘양은지’(양팡의 본명)라고 작성했다.

이 계약서에는 계약금과 잔금 일정 등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양팡 모친이 모바일 뱅킹을 위해 필요한 OTP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고, 부득이하게 집에 가서 가계약금 500만 원을 넣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매도인 측의 주장이다. 반면 양팡 측은 돈을 넣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을 굳히면 돈을 넣겠다고 했는데,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 본 결과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500만 원을 입금하지 않았고,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은 해지되었다는 것이 양팡 측의 입장이다. 


이후 다른 집과 매매 계약을 맺은 양팡

이후 양팡의 가족들은 같은 공인중개사와 함께 다른 집을 보러 다녔고, 실제로 매수 계약도 맺었다. 한 달 뒤쯤 매도인이 계약금을 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까지 이 계약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양팡이 해명한 영상을 보면,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집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단 계약서를 쓰고 가계약금을 넣으라며 모친을 재촉했다고 한다. 이에 모친이 혹시 계약을 안 하게 되면 어떻게 되냐며 걱정했지만, 공인중개사는 계약서를 쓴 당일에 가계약금을 넣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가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없는 것일까?

계약서는 유효하게 작성되는 순간 법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계약서 작성이라는 요건 사실만 있으면 계약이 성립되고, 이후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계약금을 보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금을 넣지 않았으므로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는 양팡 측의 해명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다. 공인중개사의 “계약금을 넣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가 된다”라는 말도 잘못된 안내이다. 민법상 계약은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로 성립하며,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순간 의무를 이행해야 할 법적인 책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법 제565조에는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고 명시되어 있다. 계약을 맺은 후에 이를 해제하라면 매수인은 계약금(통상적으로 전체 집 값의 10%)을 물어줘야 한다. 만약 매도인이 변심해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줘야 한다.


가계약은 효력이 없을까?

정식으로 부동산 계약을 하기 전에 임시로 가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는데, 정식으로 체결한 것이 아니다 보니 비교적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약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계약 또한, 중요한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이다. 즉 매매 목적물과 매매 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 방법, 지급 일정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진짜 계약이 성립한 것이다.


양팡의 모친이 자의적으로 서명했다면?

이 상황에서 매도인은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1억 1,000만 원의 계약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양팡은 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퉜다. 양팡의 동의 없이 모친이 임의로 서명한 것이라는 것이다. 즉, 양팡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모친이 자의적으로 서명한 것인 만큼, 민법상 무권대리에 해당해 양팡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민법 제130조에는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이 계약이 무권대리에 해당하면 그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 것일까?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양팡의 모친이 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양팡이 책임을 면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

그런데 만일 모친이 자의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양팡이 책임을 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데, 민법상 표현대리 문제이다. 민법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권한 위임은 없었지만, 권한 위임을 받은 것처럼 보이고, 본인에게 어느 정도 그 책임이 있는 경우 권한을 넘은 대리 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이다. 즉, 양팡이 부모님과 함께 집을 둘러봤으니 제삼자인 매도인은 권한의 위임이 있으며, 따라서 모친에게 계약서 작성 권한이 있다고 믿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믿음에 대해 양팡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표현대리에 해당해 양팡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더불어 대리권 문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인중개사의 실수이다. 양팡이 부재중인 상태에서 양팡의 서명으로 계약서 작성이 이루어진다면, 양팡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는지 먼저 확인을 했었어야 한다. 


이 사건은 양팡과 매도인이 합의를 하고, 매도인 측에서 소를 취하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부동산 계약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계약 해지에 관련된 내용 몇 가지만 더 알아보도록 하자. 만약 계약금이 1억 1,000만 원인 상태에서 가계약금 500만 원 만을 입금했다면 계약해지는 어떻게 될까? 계약금 일부를 받은 상태에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실제 받은 일부 금액이 아닌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즉, 매도인이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면 계약금 1억 1,000만 원의 배액을 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매도인이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때, 더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겠지만, 매수인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매도인이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서 특약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음을 명시해 놓거나, 매수인이 중도금을 미리 지급하면 된다. 중도금은 계약 파기의 잠금장치와 같아서, 중도금 지급이 완료되면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계약을 없던 일로 할 수 없다. 당사자의 한쪽이 이행에 착수한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아직 지급 기일이 다가오지 않았더라도 지급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로 없기 때문에 미리 중도금을 지급해도 괜찮다. 최근에는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해 계약서를 쓰는 날, 몇 분의 시간차만 두고 중도금을 지급하고 계약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 계약금 해지와 관련된 내용을 함께 살펴보았다. 큰돈이 오고 가는 부동산 계약인 만큼, 내용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똑똑한 부동산 거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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